“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을 붙잡으러 옵니다.
붙잡아 집으로 데리고 가서 더 이상
지금 하고 있는 그 이상한 짓들을 못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친척들에게 이상한 짓들이란 어떤 것입니까?
우선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고,
다음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며,
사람들이 피하는 세리나 죄인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교회가 금하는 것을 거침없이 하는 것입니다.
제 정신인 사람이라면 이런 짓들은 결코 하지 않을 텐데
지금 정신이 정상이 아니어서 이런 짓을 한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안에 이런 표현들이 있습니다.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지금 정신이 정상이 아니다.
지금 정신 이상이다.
다 정신과 관련된 표현들이고
그러므로 미쳤다는 것은 정신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제가 종종 얘기하는 거지만 우리의 건강에는 네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육신과 관련한 건강,
마음과 관련한 건강,
정신과 관련한 건강,
영혼과 관련한 건강.
육신건강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가 잘 알고 있고
마음의 건강도 우울, 불안, 두려움 등과 관련된 거라고 잘 알고 있지만
정신이나 영혼과 관련한 건강이란 잘 모르고 그래서 그저 미쳤다고 하지요.
그런데 한 마디로 미쳤다고 하지만 미친 것에는 여러 양상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의해 미친 것이 있고,
정신질환 때문이 아니라 정신이 특별한 뭣에 사로잡혀서 미친 것이 있으며
우리의 정신이나 영혼이 영적인 것에 사로잡혀서 미친 것도 있는 것입니다.
특별한 뭣에 사로잡혀서 미친 것이란
우리가 흔히 ‘그림에 미쳐서’, ‘운동에 미쳐서’, ‘화투에 미쳐서’의 경우처럼
어떤 하나에 열광하여 다른 것은 다 팽개치고
그래서 다른 면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 열광주의 중에 종교적인 열광주의도 있습니다.
흔히 종교에 미쳐서 가족도 돌보지 않고 생활도 엉망인 경우지요.
제 생각에 친척들은 예수님이 이런 면에서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이어지는 복음을 보면 바리사이나 율법학자와 같은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이 마귀 우두머리인 베엘제불에 사로잡혀서
율법을 함부로 어기고 교회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며
이들의 힘에 의해 악령이나 더러운 영을 쫓아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복음은 공생활 초기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을 받으셨으며,
그래서 예수님께서 하시는 것은 다 성령에 의한 것이고,
예수님은 성령의 힘으로 악령과 더러운 영들을 쫓아낸다고 얘기합니다.
예수님도 그렇고 프란치스코도 처음에 미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미쳤다는 얘기,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어쩌면 아무 것에도 미치지 않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얘기 듣는 것을
오히려 더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하느님께 못 미친 사람이라면 말이 안 되겠지요.
하느님께 미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제대로 한 번 미쳐야 되는 것 아닐까요?
저희가 제대로 미칠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