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바보
자신을 옹호하거나
남에게 주장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도록 하려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가난이다
자유롭기 위한 선택으로서의 가난은
하느님과 나와의 연결을 견고케 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바라보시는 나와 내가 바라보는 나와 하나가 되는 것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가질 필요도 없고,
모든 기대를 충족하게 하는 그 하나로서 충분하다.
그로써 아버지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눈이 열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숨겨두거나 부인해 온 어둠과 그늘
적들은 밖에 있지 않다.
설령 있다 해도 그들을 물리쳐야 할 당위성도 없어졌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안다.
나는 빛이신 분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나의 어둠은 더 짙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그늘을 직면하는 것은
죄지을 기회를 피하는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옳아야 하고 옳아야 할 이유도 없다.
자신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는 것도 의미가 없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도 없으며 자신을 증명하고자 뼈아프게 노력할 필요도 없다.
남들에게 발각될까 겁날 것도 없다.
나와 다른 사람을 측량한 자와 저울도 쓸모가 없다.
나를 가둬 두었던 텅 빈 감옥을 내가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수탉이 우는 소리를 들은 베드로는 밖에 나가 울었다.
자신 안에 있는 악을 보려 하지 않고
남들 안에 있는 악을 바라보며 살아온 나를 보게 되면 슬프다.
하느님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바보가 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거룩한 바보,
거룩한 바보,
거룩한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