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죄인이 드린 기도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가 당신을 불쌍히 여기고 있나이다.
어둠을 숨기느라 빛을 이용하다가
억압과 결핍을 들키고 말았나이다.
온종일 남의 욕구를 채우다가
‘했다’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 했으나
그것마저 위로가 되지 못하였나이다.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내가 만든 함정에 빠졌나이다.
집착을 사랑이라고 여기고, 설치면서 바쁘게 돌아다녔으나
겸손을 가장한 교만은 나의 목걸이가 되고 말았나이다.
나를 부풀리다가, 끝없이 부풀리다가
자신도 구하지 못하는 구세주가 되었나이다.
온기가 없는 냉방에서 무릎을 꿇고 배고프게 기도드렸으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한 채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말았나이다.
희생으로 배를 채우려 하였으나
허탈한 배는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했나이다.
사실은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 속에든 천사는 언제나 ‘예’라고 대답하고
책임을 지느라 지치고 말았나이다.
남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으나
피해를 주고 상처만 입혔나이다.
상실은 삽시간에 이루어졌으나
수급은 언제일지 모르나이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가 당신을 불쌍히 여기고 있나이다.
하염없는 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애통한 가슴으로 통곡하는 나를 불쌍히 여겨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