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
연한 회색하늘 한 가운데 겨울 해가
흐릿한 주홍빛 물감으로 풀어져 있다
창호지 넘어 조명등을 켜 놓은 듯 눈이 전혀 부시지 않아
그렇게도 편하고 부담이 없이 아름답다.
깨진 맥주병을 눈에 대고
해를 보던 어린 시절
너무나 선명하게 해를 볼 수 있었다
내 마음에 뜨는 해
뜨고 지는 일 이 없는
언제나 중천에 떠 있는 해를 바라보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몸에 쾌적한 공기와
마음에 친숙한 풍경
이리도 넉넉한 아름다움에 취해 있으면
마음속에 말들이 깨어나서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
깃털에 저려오는 냉기를 받으며
수척한 나뭇가지에 겨울새 한 마리
낯익은 주변에서 먹이를 찾도록
부드러운 빛으로 밝혀주는 해의 고마움을 아는지
입을 열어 노래를 부른다.
긴 세월을 흘려보낸 오늘에 이르러서
특별한 아름다움, 특별한 기쁨,
비탄과 고뇌의 심각성을 넘어
위로부터 오는 자유와 자유가 만났다.
하느님의 선하심으로 가득 차있는 세상은 보는 건
내 안에 떠 있는 해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밖에서 안에서도 해를 보았다.
아주 특별한 해를...
온 세상이 물들어 행복해지기를
이른 아침 소원으로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