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카페 이야기
5. 소외되어보기
출근길 쌉쌀한 공기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 추운 기온은 움츠리게
만들지만 정류장까지 가는 발걸음을
바삐 해주니 세상사 모든것이 이로운점이면엔 어려운점이 한셋트 처럼 묶여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나를 정동까지 데려다 줄 160번버스가 고맙게도 금방 도착해 주었다.
나는 신이 났다
신호등을 건너려 할 때 금방 초록불로 색깔이 바뀔때 신나는 것 처럼 말이다.
일상속에서 우리는 좋고 싫음을 무수히 반복한다.
그러므로 시련과 고통 속에서 희망과 은총을 기대하며 견디어내는 것이 아닐까?
버스창밖은 네모난 상점들로
즐비하다.
드문드문 보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또 다시 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해준다. 어린 시절부터 젤로 신났던
크리스마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
추위에 얼어버린 주머니속 손을
따뜻하게 녹여 주는 손난로처럼
크리스마스라는 손난로는 삶의
차가운 현실에 얼어버린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준다.
버스에서 내려 카페로 향한다 .
오늘은 어떤 일들을 하게될지
기대가 크다.
총총 걷는 걸음이 더욱 바빠진다.
이것이 봉사의 기쁨아닐까?
수도원 카페에선
내가 제일 낮은 자리이다.
그리고 제일 낮은 사람이 되어 일한다.
굳이 서열 정리 하자면
사장수사님 , 매니저님, 직원분들
그리고 나서 봉사자인 나.
가장 낮은 서열인 나의
주된 소임은 설거지 이고
두번째 소임은 눈치껏이다.
눈치껏 테이블 정리하기,
눈치껏 책장 닦기 , 눈치껏 유리닦이,
눈치껏 손님 응대....
눈치껏이라는 것은 눈치없고 둔감한
나에겐 어려운 소임이 아닐 수 없다.
어느새 수도원 카페는 손님으로
가득찼다
시계를보았다 .
시계바늘은 11시를 가르켰다.
이곳은 반가운 만남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어느새
반가운 만남속 밝은 웃음들로
오버랩되어 간다.
수도원카페의 배경음악은
밝은웃음소리가 되어버렸다.
참 듣기 좋았다.
그분이 들으시기에도 참 좋으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들어오시는 손님들의 자리가 충분히 있을지...
나의 마음은 이내 한걱정이다.
먼저 와 계신 손님들께
양해를 구했다.
간신히 두팀의 자리를 만들어
자리를 찾으시던 두팀의 손님들께
안내해 드리고는 흐믓했다.
한집 건너 카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카페가 많은 요즘 .
굳이 정동 끄트머리 수도원 카페를
찾은 손님들께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기에 용기내어 자리나누기를 부탁드린
내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날이 추워졌다.
야외 테이블에 앉기엔 추위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원 카페가 좋아서 야외 테이블을 선택한
두분의 손님이 나의 눈에 띄었다.
추위를 이겨낼만큼 이곳 수도원 카페를 좋아해 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이내 나는 엄마모드가 작동되었다.
많이 추우실텐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엄마오지랍 모드였다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저곳
두리번 거리다가 직원들 쉬는 방에
들어가 블랭킷을 찾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블랭킷 3개를 찾았다.
속으로 빙고를 외쳤다.
그중 따뜻한 체크무늬 블랭킷을 들고 야외 테이블쪽으로 급히 갔다.
야외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께 블랭킷이 조금 도움 되시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했다고 하며 건네 드렸다.
나의 자식벌되는 나이의 구척장신은
되어 보이는 손님은 겸손함 담긴 고개 꾸벅 감사인사를 하시며 이내 받아 무릎위에 가만히 내려 놓으셨다.
그분께 수도원 카페의 따뜻함이
전해졌음 하는 작은 바램과 함께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토닥토닥 해주며
엄마의 오지랍을 엄마의 사랑이라고
바뀌어 불릴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바쁜시간이 다소 여유로워 졌다 .
시계를 보니 두시 조금 지났다.
나의 주된 소임인 설거지를 정신없이 하고 있던 중 주방 앞 데스크에서
화이팅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직원 세명이 근무해야 한다며
세명의 직원이 열심히 일하기를
다짐하는 소리였다.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되었다. 소외됨이란 이런것인가 ?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또 나는 이내 그럴 수 있음을 수긍했다.
나도 소외될 수 있음을 이세상 그누구도 소외될 수 있음을....
나는 곧 다시 나의 주된 소임인 설거지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번엔 곧이어 생일축하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을 맞이한 한직원을 위해 두명의
직원이 작은 케잌에 촛불을 켜고
축하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오늘 내가 느낀 두번째 소외감 이었다.
이웃으로부터의 소외, 세대간의 소외,
직장안에서의 소외, 학교에서의 소외,
사회로부터의 소외, 가족간의 소외...
우리는 무수한 소외됨 속에서
살아간다. 누구는 소외되어지고
누구는 소외시키고...
오늘 나는 온전히 소외되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나의 주변을 생각해 본다.
혹시 내가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나의 삶을 되짚어 본다.
일년중 이즈음소외되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그분께 감사의 화살기도를 드린다.
일년중 이즈음은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고 모두 함께 하나되어 이웃되길 간절히 바라는 때 이기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아닌 상대방 마음을헤아리는
연습을 한다.
혹자는 이것을 배려라는 한단어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배려라는 한단어에 담기엔 그의미가 내포한 의미가 무척 크다.
내 나이 50의 한 가운데이다.
나는 지금도 배우고 느끼고 외우고
습득함을 반복하고 있다.
그것이 나의 삶의 숙제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이즈음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숙제장을 꺼내고 연필을 잡아본다.
이제 “소외되어 보기”숙제를 끝내고
다음 숙제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