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카페 이야기
7. 그 마지막. 아쉬움
비오는 날 수도원 카페에 봉사 올 때면 나는 꼭 기다란 장우산을 준비하고 사용한다. 그리고는 수도원 카페를 들어서며 우산꽂이에 잘 꽂아둔다. 아무런 안내의 글이 없이 덩그러이 놓인 우산꽂이는 그 역할을 못해내기 쉽상이다.
그래서 나는 우산을 우산꽂이 맨 안쪽자리에 꽂고 조그맣게 속삭인다. “우산은 이곳에 꽂아주세요”라고
친근한 모습의 어느 노부인께서 수도원 카페 안쪽에서 카페의 전경을 사진에 담고 계신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정겨워서 나는 “찍어 드릴까요” 하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편한 미소의 노부인은 대답했다. ” 아니요. 찻집이 너무 예뻐서 아이들에게 보내주려고요“ 하시며 수줍게 미소를 띠셨다. 아주 신식 어머님이셨다. 자제분들께 예쁜 찻집 사진을 공유하시는.... 아마도 그 사진과 함께 이런 메시지도 함께 보내시지 않으셨을까?
“얘들아 엄마 예쁜 찻집왔다. 다음엔 우리모두 함께 오자꾸나”라고
오늘 수도원 카페의 찐펜이 한 분 더 늘었다. 흐뭇하다.
수도원 카페 길 건너엔 ** 상회가 아닌 ** 회관이 있다. 이름처럼 겉모습도 딱 **회관 답다. 마을회관처럼 편한 사이의 사람들이 격의없이 모일법한 모습의 **회관. 그 곳의 주인장 어르신은 회관의 주인답게 회장님으로 불리우시나 보다 . 아침과 손님들이 북적이는 시간사이 회장님과 친구분은 어김없이 수도원 카페를 찾으신단다. 그래서 암묵적으루다가 그분들은 이곳의 VVIP로 자리매김 하신듯 하다.만원짜리 한장을 들고 오셔서 쌍화차 두잔을 시키신다 . 한잔은 조금 약하게 한잔은 진하게. 아주 정확한 취향에 한마디를 보태신다. “맛있게 해주세요” 라고. 카페에선 흔히 들을 수 없는 정겨운 요구사항 이시다. 내 어머니 세대의 모습이었다 . 크레딧카드보다는 캐쉬를 즐겨 쓰시던 세대. 카드로는 다가오지않는 소비의 무서움? 을 늘 인식하시려는 그시대 어른들의 소비 스타일 말이다. 카드로 쉽게 결제하는 소비패턴의 위험을 일깨워 주시는 어르신 세대의 조언 같은 그것 말이다. 그리고 나선 **회관이 제일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으신다. 회장님께 **회관은 평생 동거동락 친구이고 그분의 삶이 아니실까? 하고 상상해본다. 오천원의 여유를 즐기시는 시간에도 눈을 떼지 못하시는...
자식과도 친구와도 같은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닐까?
오랜 노포의 회장님은 정히 회장님으로 불리워 질만하다. 그래서 나도 오늘부터 자그마한 채구에 뽀끌파마가 귀여우신 그분을 **회관 회장님으로 예의를 갖추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분의 세월에 경의를 표하고 그 긴 세월은 바쁘고 급변하는 지금 이 시대에 경건함까지 갖게 하는 듯 하니까. **회관 회장님은 카페의 이곳저곳에도 관심이 많으신 듯 했다. 나가시면서도 나무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신다 크게 잘 자란 나무가 신통하고 대견하신가보다. 우리 엄마가 그러하셨듯 비슷한 연배의 노부인들의 눈에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고 굽이굽이 생의 질곡을 견디어낸 대견한 생명으로 여겨지시는 듯 하다 . 글 쓰다가 잠시 고개들어 창밖을 본다. 빨간우산 하나와 노란 우산 하나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비오는 날 풍경이 경쾌해진다. 카페의 문이 열리고 손흔들며 들어오는 남녀가 보인다. 반갑고 신이난 그들의 모습은 흡사 춤을 추는 듯 했다.
카페문을 열던 남자가 우산 거치대를 흘낏 보며 본인의 우산을 우산대에 딱 하고 꼽는다. 내 의도를 알아주는 듯해서 마음이 흡족하다. 비가 계속 내린다. 대지가 촉촉해 진다. 바람에 낙엽이 흩날린다. 내 마음도 함께 흩날리고 나의 눈가도
촉촉해진다.
시계를 보니 12시 1분 수도원 카페의 러쉬아우어다. 커피 분쇄기 소리가 연 이어진다. 수도원 카페의 줄이 질서정연하게 이어진다. 겨울비 내리는날
수도원카페의 야외 테이블도
만석이었다.
며칠전 찾아둔 블랭킷 3장이
기특하게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동의 티타임이 시끌시끌 하다.
활기찬 풍경안에 비오는 날의 우울감은 어느새 휘익 날아가 버렸다.
오늘은 유난히 손님이 많은 날이다.
설거지를 하는 나의 등줄기에선 땀이 흘러 내렸다. 이것이 오늘의 손님 많음을 증명해 주는 듯 하다.
몇해전 혼자서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여행은 내 생애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여행이었다. 그때 나에겐 공황장애 환자라는 타이틀이
아닌 암수술과 항암치료 그리고
방사선치료를 마친 암환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항암치료로 빡빡머리가 되었다. 깃털이 다 빠져버린 새처럼 헐벗은 나의 초라한 모습.그것을 감추기 위해 나는 가발을 쓰고 다녔다. 어느새 나는 가발 쓴 나의 모습에 익숙해 지고 있었다. 화려한 다른 새들의 깃털로 치장한 깃털 빠진 헐벗은 새가 그 깃털들이 자신의 깃털인 줄 착각하듯이 말이다. 그러던 나에게 조금씩 새 머리카락이 올라오고 있었다. 새로 나온 머리카락은 이전의 내 머리카락과는 달리 푸석푸석하고 곱슬거리기까지 했다.
어릴 적 읽었던 혼당무라는 동화책
속의 홍당무처럼 볼 품이 없었다.
도저히 가발을 벗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발을 계속 쓰고
살아 갈 수도 없었다.
그때 나는 고민 했다.
어디에서 가발을 벗어버릴 것인가를.
인적드문 강원도 산골?
아님 푸른밤으로 유명한 제주도의 어느 바닷가 근처? 그때 내게 든 생각은
이탈리아 였다. 너무도 가보고 싶었던 나라 이탈리아. 바티칸이 있고 오드리 햅번이 젤라또를 맛있게 먹던 스페인광장의 계단이 있고 성프란치스코의 향기를 느낄 수있는
아시시가 있는 그 곳. 나는 결정했다. 이탈리아에서 가발벗기를 ...제일먼저 비행기표를 예약 했다 .
로마 in 피렌체 out 으로 딱 세도시에서의 열흘 여행을 계획했다. 로마 , 아시시 , 피렌체, 나의 이탈리아 홀로
여행 계획은 단순하고 간결했다. 각각의 도시에 머무를 시간은 세도시에 대한 개인적 중요도가 작용했다.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짧은 시간을 아시시에 머무는 일정을 계획한다. 나는 나홀로 이탈리아 여행에서 제일 많은 날을 아시시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도시를 이동하기 위해 구간마다 기차표를 예약했고 그에 맞추어 숙소를 예약했다. 피렌체의 두오모를 위한 예약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예약했다. 쉰살 넘은 암환자 아줌마의 가발 벗기 프로젝트는 막히는 것 없이 잘 진행되었다. 로마를 돌아다니며 제법 커피맛집으로 소문난 카페를 찾았던 적이 있다. 유명세에 비해 카페의 규모는 작은 듯 했고 그에반해 카페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나라의 카페 문화는 앉을 곳이 없으면 통상 다른 카페를 찾기 머련이다.
그러나 로마의 그 커피집은 서서 커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로운 유럽인들로 가득했다..
오늘 수도원 카페는 로마의 그 카페를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겨울비 내리는 날.
야외 테이블에 빗방울만 간신히 막아주는 캐노피 아래 .
야외테이블은 수도원 카페의 분위기와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바쁜시간이 지나고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 였다. 오늘은 카페 전체 대관이 있는 날이란다. 그래서 모든 손님이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봉사자인 나도 나가는 손님들 대열에 끼어 함께 수도원 카페를 나와야 했다. 수도원 카페의 여유를 느끼며 조금 쉬고 싶었는데...아쉬운 마음이다.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던 손님들도 서로 헤어지기가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빗속에서 급히 우산을 펴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급히 인사들을 나누는 모습에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나와야 하는 입장이였지만 수도원 카페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뭔가모를 불편함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대관의 사전적 의미는 “경기장, 극장, 공연장, 미술관 따위를 빌리거나 빌려줌” 이라고 적혀있다. 나의 주관적 생각으로는 카페는 카페 나름의 역할에 충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한잔이 생각나고 좋은 사람들과 마주앉을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대화소리가 튀지않을 만큼의 음악이 백색소음으로 제 몫을 해주는 곳
특정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카페이고 더군다나 작은것에 더
마음을 기울이는 곳이 수도원카페가 아닐까 하는 개인적 생각이 든다
오늘로 나는 나의 수도원 카페
이야기를 아쉬움과 함께 끝 맺음
하려한다.
서둘러 카페를 나서며 급히작별인사를 나누던 손님들 처럼 나도 수도원 카페이야기와 급히 작별인사를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