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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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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금, 꽉 찬 오늘 (하느님 나라의 현재)

 

말씀의 통치에 굴복하는 믿음을 드러내는 때는 미래가 아닌 지금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빛나게 하고, 아버지의 나라를 오게 하며,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때는 언제나 지금이며 내가 서 있는 여기이기 때문입니다. 도구적 존재로 살아가는 나는, 예수님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여 지금 여기에서, 성령의 열매를 거두는 변화의 체험으로 관계 안에 선이 흐르게 함으로써 공유된 선으로 참여하는 행복을 미리 맛보게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는” (갈라 5,22-23) 미래에 행해야 할 덕목이 아닙니다. 성령께서는 나를 도구 삼아 바로, 지금, 여기에서, 그 일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체험이 지금이 아닌 장차 있을 상벌(賞罰)에 대한 경쟁으로 그리스도교의 변화시키는 힘을 마비시키고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왜곡된 전통 안에서 업적과 공로를 쌓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뒤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상벌은 사후에 받게 될 보상이 아닙니다. 상벌은 이 세상에서 보이는 내 행실에 내재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선은 그 자체로 지금 받는 보상이며 악은 그 자체로 지금 받는 처벌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자비와 사랑에 미래를 맡겨야 합니다. 복음의 말씀보다 인과응보의 틀에서 나오는 신심에 맞춘 신앙생활은 초점을 크게 벗어나게 합니다. 여기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유일하게 할 일은 말씀의 통치, 곧 하느님의 다스리심에 굴복하고,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을 받아들여 맘껏 누리고, 너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나를 내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진짜로 좋은 삶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우리가 물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여기에 있습니다. 경건한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과 근본주의자들은 진짜 삶이 이번 생의 다음에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짓 생각이 수많은 그리스도교인을 잘못된 종교의 틀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모범이 우리에게 위대하고 좋은 소식이 된 이유는 나의 변화와 모든 관계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내세에서 시작되는 상벌제도가 되면서부터 복음은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랑을 배우기보다 경쟁하고, 증명하고 포장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자신의 업적과 공로를 내세(來世)의 상벌 기준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통제와 지배의 영역을 넓히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로 해방과 평화를 가져다 주기보다 다른 사람을 바꾸기 위한 무기를 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관계적 선을 배우는 것입니다. 위격 간에 내어주는 사랑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이 아닌 이유로 행하는 어떤 일도 의미가 없습니다. 희생을 강요하는 종교는 예수께서 선포하신 종교가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희생이 아니라 자비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하느님을 끌어들여 명분을 만들고 너와 피조물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세에서는 복을 받고 미래에는 천국에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의 삶을 바꾸라고 하십니다. 그분은 거짓된 나를 놓아버리고 하느님 안에 있는 나를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따르고,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핵심입니다. 따르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사람은 인과응보라는 계산기가 없습니다. 조금 바치면 조금 받고, 많이 바치면 많이 받고, 안 바치면 안 주시는 하느님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이 만든 하느님입니다. 돈과 쾌락과 안전과 자기 보호만을 위한 우상의 실재가 거기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만든 그러한 틀 속에 갇혀계실 분이 아닙니다. 무상성과 보편적 사랑으로 우주를 돌보시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둔감하고 진리에 저항하는 종교로 바꾸려는 이들이 사람들 안에 있는 종교심을 이용하여 우월한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에 몸담은 수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인간성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려고 하기보다는 많은 양의 기도문을 외우거나 보속과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인과응보의 계산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온전히 현존하시는 현재, 바로 지금을 피하려고 온갖 짓을 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종교와 미래의 종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의 종교만이 의미와 가치를 지닙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언제나 지금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이 진짜로 일어나는 중요한 지금, 언제나 꽉 찬 오늘이야말로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때이며, 진짜인 무엇을 맛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때입니다. 영원한 지금, 하느님 나라를 위해 연습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은 복된 사람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2고린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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