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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몸에 저항하는 사람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1고린 3,23)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너무나 좋아서 믿기 어려운 진실입니다. “그리스도만이 전부이시며 모든 이 안에 계십니다. (골로 3,11)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실을 알아듣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따로 떨어져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보다 우월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고, 부서지기 쉬운 나약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다른 무엇과 합일되는 것에 저항하는 모습을 봅니다. 따로 떨어져 분리된 존재는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외롭고 우울합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1고린 12,12) 새 인간은 자기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된 지식을 가지게 됩니다. (골로 3,10) 믿음을 지닌 사람은 만물 안에 전부로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봅니다. 하느님께서 우주를 바라보시는 관점으로 모든 관계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현존하십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우주의 보편적 현존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여기와 저기에 아울러 현존 하시고, 닫힌 문을 통과하고,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고, 빛처럼 희고,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아무 데도 없는 이러한 부활 이야기가 예수님의 몸에 대해 말해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분의 현존은 모든 피조물 안에 있기에 어떤 한가지 모습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그리스도 몸의 지체인 우리는 그분을 떠나 살 수 없으며 따로 떨어져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유일한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것 안에 가득 차 있으면서 당신을 받아들인 마리아처럼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에게만 부활하신 당신 몸을 보여주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골로사이와 에페소에 보낸 편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를 알려줍니다. 예수와 그리스도는 서로 다른 믿음의 대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이 땅에 인간의 몸으로 오신 한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며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몸인 모든 피조물을 받아들이고 공경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피조물의 하나인 나는 그리스도 몸의 일부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분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전부 안에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부 안에서 나를 보는 사람은 절대로 따로 떨어져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알파와 오메가 이시며 처음이요 마지막이며, 시작이요 끝입니다. (묵시 22,13) 이는 인류 역사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어떻게,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죽으셨고 그리스도는 부활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우리 믿음에는 죽음이 있습니다. 관계의 현장에는 언제나 죽음과 부활이 함께 있습니다. 내려가고, 내려놓고, 허용하고 놓아주는 거기에 부활하신 주님의 영께서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진리이시고 예수님은 이 진리를 시간 안에서 인격화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이 있는 사람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육화와 그분의 육화를 삶으로 드러내는 육화의 도구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영께서는 세례를 받은 이들만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전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바라보아야 나를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알 수 있고 그렇게 하찮은 나를 그분께서 얼마나 극진한 사랑으로 돌보고 계신지를 알기에 따로 떨어져 우월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보여주는 믿음은 우월을 드러내는 믿음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봅니다. 비교하고 증명하려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고 업적과 공로로 포장된 믿음을 거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아도취의 중독 현상이 거기에 있습니다.

 

무상의 선물을 받아 들고 겸손하게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만이 믿음을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없이 사랑하는 법과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법이 기쁨을 주는 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고 증명하고, 탓하지 않습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 커지면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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