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가을이 깊어 가는 날 먼 길을 떠난 매형을 회상하며

매형의 영정 앞에 이 편지를 드립니다.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그리움,  

여름날의 불볕더위를 견딘 초록들이 저녁노을처럼 물들어 가고

들판은 이미 잔칫날이 되었습니다.

사과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코스모스들이 다투어 창조주께 제 몫의 찬미를 드리던 날

매형의 선종 소식은 나를 회상의 언덕으로 오르게 하였습니다.

 

감나무의 낙엽이 질 때  떠오르는 얼굴 하나

 길을 떠난 매형과의 기억

황금벌판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차창에 스치는 풍경처럼

매형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추억들을 회상해 봅니다.

 만남의 따뜻한 미소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

든든한 버팀목 되어주셨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향에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 들이

내 마음속에 석류알처럼 박혀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참으로 힘들었지만

매형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은 우리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끼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시간

비닐하우스로 생계를 꾸리던 겨울 날의 손 시린 회상들이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창조적 고통은 아름다운 생명의 모습이며.

진실은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라는 믿음아래

분발과 좌절의 되풀이가 얼마나 뼈저린 인간사의

살상인가를 잘 알게 된 이즈음

먼저 떠난 매형이 그립습니다.

 

슬픈 식욕처럼 정신의 공복감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남긴 상처들 속에서

먼저 다가서는 만남을 보았습니다.

 

주님!

서로의 신상을 성실한 관심으로 서로 돌보고 가꾸지 않는다면

사람의 정인들 무슨 값어치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눈빛은 하나같이 절절하여

염원과 소망의 집을 짓고 부수는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사이,

우리의 머리엔 흰 서리가 짙어갑니다.

 

헐벗은 영혼의 추운 눈시울을

따스한 불가에 녹이고

이슬에 씻긴 과일처럼 신선한 축복

겸허한 충족에 이르게 하소서

 

존재의 심연에서 생명이 분출되고

생명이 연소 되어

발아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그 자연의 순환에 나를 맡기고

서서히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감정의 부상으로 인하여 기도하게 하시고

고독과 절망과 삶의 낭떠러지와

모든 위급한 처지에서

저희와 동행하신 주님,

먼저 떠난 영혼을 당신의 자비로운 품에 받아주소서

 

우리의 삶은 자유에 바쳐진 시간이며

삶의 준령은 언제나 능력의 상한선 그 위에 솟아있고

그 높이는 무섭습니다.

 

존재의 밑바닥까지 아픈 금을 입히는 손길

기도와 헌신, 증여와 부축으로

사람을 길러내는 거기에 생명이 만발하게 하소서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46 하느님 손에 들려있는 나의 자유 하느님 손에 들려있는 나의 자유   선악과를 먹은 것이 죄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높은 자리에 앉는 순간 악을 저지... 이마르첼리노M 2024.11.16 63
1545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루가 17, 21)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 이마르첼리노M 2024.11.14 39
1544 성 프란치스코의 갈망에 비춰본 나의 갈망 성 프란치스코의 갈망에 비춰본 나의 갈망   성 보나벤투라는 대 전기에서 이렇게 프란치스코의 갈망을 보여 주었습니다. &quot;프란치스꼬는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위... 이마르첼리노M 2024.11.07 362
1543 열 넷째 날: 과거 슬픔에 담긴 보석들 열 넷째 날: 과거 슬픔에 담긴 보석들 과거에 잠시 지나가듯 예상하지 않았던 슬픈 체험들이 당신 자신을 그리고 당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던 일화들... 김상욱요셉 2024.11.05 58
1542 연결 연결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의 위선을 질책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들이 찾는 것은 도덕적 성취가 곧 구원이라는 가르침이었습니... 이마르첼리노M 2024.10.25 85
1541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의 작은 부분을 체험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성급하게 말하지 않... 이마르첼리노M 2024.10.24 61
1540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냅니다. 평온한 자연은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부드러운... 이마르첼리노M 2024.10.22 64
1539 가을 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2부 2/2 제2부 시작 6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속으로만 삭이던 말을 밖으로 내 보내도 괜찮습니다. 슬픈 여인들의 얘기가 어디 한두 가지에 그치겠습니까...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60
1538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 1부 1/2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1 찬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지나온 세월의 굴곡을 보는 듯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으로 억새들의 하얀 머릿결을 쓰다듬는 손길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61
1537 감정 (마음의 정서적 자유를 찾아서) 감정 (마음의 정서적 자유를 찾아서)   우리의 몸과 마음의 정서를 깊이 살펴보면 감성과 감정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감정이 부상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16 129
1536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려면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려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 작은아들, 임신하지 못하는 여인, 창녀, 세리, 나병환자, 죄인, 여자, 흑인, 비종교인, 동성애자, ... 이마르첼리노M 2024.10.12 76
»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가을이 깊어 가는 날 먼 길을 떠난 매형을 회상하며 매형의 영정 앞에 이 편지를 드립니다.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그리움, ... 이마르첼리노M 2024.10.10 67
1534 억새들의 수런거림 억새들의 수런거림   구월의 끝자락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에 억새들이 수런거린다. 가을의 속삭임을 담아 은빛 물결이 춤을 춘다.   햇살에 반짝이는 그들의 몸짓... 이마르첼리노M 2024.09.30 125
1533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신비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는 사랑의 신비이며 사랑의 신비는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내어주는 신비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물과 모든 ... 이마르첼리노M 2024.09.29 75
1532 폭염(暴炎)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폭염(暴炎)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하루 사이에 대지를 숯덩이처럼 불태우던 더위가 사라지고 성큼 가을이 찾아왔... 이마르첼리노M 2024.09.25 12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4 Next ›
/ 10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