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영성
하느님과 나
내가 믿는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며
사랑의 하느님은 삼위일체 하느님이다.
성부가 성자에게 성자가 성부에게 상호 간에 내어주는 영이 성령이시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속성은 내어주시는 관계적 사랑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버지로 남아 있으며
아들은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들로 남아 있다.
우리는 관계적 사랑의 모델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으로부터 내어주는 사랑을 배운다.
너와 나
하느님의 사랑은 너를 통해 나에게 전달된 자비다.
이로써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너는 하느님의 자비와 선을 나에게 가져다주는 존재다.
너를 통해 나에게 전달된 사랑에 대한 응답은
다시 너를 통해 아버지께 돌려드린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선이
너를 통하여 나에게 전달된 하느님의 자비와 선이며,
나는 너를 통해 관계 안에 자비와 선이 흐르도록 아버지께 돌려드리는 것이다.
피조물과 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선성을 피조물 안에 감추어 두셨다.
우리는 피조물을 통하여 하느님을 발견한다.
나는 피조물 안에서 발견한 하느님을 통하여 사랑받고 있음을 안다.
우리가 경험하는 하느님은 진리이며 선이고 아름다움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오감을 통하여 피조물을 관상하며 하느님의 신비와 만난다.
나와 나
내가 나에게 나를 내어주는 선
기도와 멈춤, 일, 휴식, 음식, 운동, 여행, 음악, 독서,
깨끗한 위생을 위한 정리, 정돈, 청소, 세탁,
나는 나를 하느님의 손에 들려있는 도구로 인식한다.
내가 나에게 나를 내어준 선도 하느님에게서 나온 선으로
하느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객관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객관성은 주관적인 나를 예수 그리스도라는 거울에 비춰봄으로써
나 중심성을 벗어나게 한다.
우리는 관계의 현실 안에서 발견한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 말씀의 통치를 통해 지금 여기서 그 나라를 경험한다. 그러므로 관계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하느님과 나, 너와 나, 피조물과 나, 그리고 나와 나 사이에서 하느님의 신비와 만난다.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나온 선이 관계의 진실이며 우리는 이 관계를 떠나서는 자만심과 우월감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새 부대는 도구적 존재요 새 포도주는 관계 안에 행하는 선이다.
인과응보의 틀을 벗어나 위로부터 새로 태어나는 삶이 여기에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하여도 나는 나로 남아 있게 하는 선은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내어주는 사랑으로 흠뻑 젖은 두 마음
잉태된 말씀이 태어나는 관계의 땅
사랑은 그렇게 자유를 주는 법으로 서로를 살린다.
내 안에 간직된 말씀과 받아 모신 성체는 내어주는 사랑으로 구체화 된다.
행동하는 자비와 선은 내어주는 만큼 성전이 되고 내어주는 만큼 아름답다.
관계의 영성은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출발하여 나를 통해 너에게 전달되며
너를 통해 하느님께 돌려드린다.
이러한 내어줌의 순환 속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경험한다.
2025,2.2. 주님 봉한 축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