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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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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베르나의 성금요일 오후

 

라 베르나와 골고타 언덕 석양에 물든 십자가

골고타의 예수께서 거기 계셨다.

오후 3시 수난전례

못 박히신 몸에 입을 맞추며 돌아서는 발길

작은 형제들이 부르는 슬픈 성가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

보았나 못 박히신 주님을

보았나 못에 뚫린 손과 발

보았나 뼈 드러난 손과 발

보았나 싸늘하게 숨지심

보았나 창에 뚫린 심장을

 

석양에 방울지던 선혈 선혈 선혈

보았나 매달리신 주님을

보았나 아파하신 그 고통

보았나 신음 중에 숨지심

 

죽은 아들을 품에 안으신 성모

돌무덤에 장사지내고 돌아서는 발길

아들의 빈자리

 

성프란치스코께서 다섯 상흔을 받으신 곳

그리스도의 수난을 당신의 몸에 새길 만큼

이미 그리스도는 그와 하나가 되었다.

 

목이 메이는 슬픔

눈물의 강에서 젖어오는 가슴

벅찬 가슴으로 그 날을 회상한다.

 

성금요일의 오후는 슬프다.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는 삶

자신의 십자가를 자신이 지는 일

매일 매일의 삶에서 죽음과 부활을 산다.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묵상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십시오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아버지 제영혼을 맡겨드립니다"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이제 다 이루었다."

성금요일의 오후에는 침묵 가운데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시관과 채찍으로 온 몸이 성한데가 없이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채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못에 뚫린 손과 발에서 핏방울이 십자가를 타고 흐르고 있고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기력을 다 동원하여 극도의 한계를 느끼면서
단말마의 호흡으로 거친숨을 몰아쉬는 가운데

"당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아버지와 그분을 낳아주신 성모님이 함께계시다는 버팀목으로 남아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겪는 이들의 피의 절규가 힘의 논리 앞에
까닭없이 당하고있는 오늘의 비참한 현실에서 또 다른 십자가의 형벌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안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이 힘 앞에
무력하게 남아있는 이들의 소리는  

구약에 나오는 죄없이 죽어 간 아벨의 피의 함성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이 험악한 세상에서 탈출시키기보다
인간과 함께 고통을 참아 받는 법을 가르치시고자 하십니다.
십자가상에서 고통스러워 하시던 그 모습이 바로 부활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십니다.
그 고통스런 죽음이 없었다면 부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부활의 영광은 바로 고통의 영광이었습니다.
고통의 영광스런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고통을 잊고 영광만을 찾던 그들의 마음이 찔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스도는 많은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을 때

놀라서 펄쩍 뛰던 그들의 마음이 찔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통이 사랑임을 아는 사람은 예수께서 부활 하셨다는 것을 압니다.
마음이 찔리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마음이 찔리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의 부활을 모릅니다.

세레를 받는것은 자기를 죽이는 행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고생을 읽지 못한 이기적인 마음을 죽이는 행위입니다.
내 남편과 아내, 내자식과 나아가 인류의 마음,
이 사회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자기 욕심만을 챙기려는 그 마음을 죽이는 행위입니다.
찔리는 마음, 자기의 이기심을 죽이는 마음의 소유자만이

예수님의 부활과 자신의 부활을 체험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자발적인 희생의 죽음 만이 부활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순수하게 자발적인 희생으로 죽으신 유일한 분이 그리스도이십니다.

비가 내리는 성금요일의 오후
축 늘어져 십자가에 매달려 계시는 분을

십자가에서 내려 품에 안으신 성모님의 슬픔을 바라봅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죽은 아들을 품에 안으실 때

아드님을 성전에 봉헌한 뒤에 들려주던 시메온의 말이 생각 납니다.
" 이 아이는 반대받는 표적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는 아픔을 겪게 되리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온 몸을 전율케 합니다.

죽은 아들을 장사지내고 돌아오는 성모님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열정에 불타 복음을 전하시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어머니의 마음에 자리잡고있는 그 허전함이

발걸음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집에 돌아오신 성모님. 어릴적부터 손때묻은

그분이 사용하시던 물건들 그분이 입으시던 옷가지들,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더욱 아리고 슬픔의 눈물은 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음 안에 이 모든 것들을 깊이 간직하시는 어머니의 각오와 다짐은

제자들에게 힘이 되어주십니다.
모두들 무서워 문을 닫아걸고 있는 곳에 함께 계시면서
아버지께 기도하시던 성모님과 더불어 차츰 제자들도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 들었던 말씀에 귀 기울이기 시작 합니다.
그분의 말씀이 자신들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쓰시던 그 모습들이 희망을 만들어 냅니다.
그분에게 걸었던 세속적인 희망,

강한 힘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시리라는 희망이 무너지고
약함 안에서 드러나고 고통과 십자기에서 드러나는 영광스런 부활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스승이 보여주신 삶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꾸려나갈 지혜를 얻게 됩니다.

검은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에서 비가내리는 성금요일의 오후,
하루하루의 일상의 삶을 피흘리며 살아가는 이들 곁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립시다.
우리가 나눌 수있는 마음과 정성, 우리의 시간,
우리의 재물, 우리가 가진 나눔이 가능한 모든 것을 그들과 함께 나눈다면
우리는 그러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부활하신 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내려감은 죽음 입니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서는 발을 씻어 줄 수가 없습니다.
발을 씻어주지 않으면 우리는 그분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됩니다.
성목요일의 발씻음은 오늘 죽음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낮아져서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부축하면서 희망의 노래를 부릅시다.
죽음 이후에 오게될 부활을 희망하면서...

 

 

2014. 4. 18 성금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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