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드리는 기도
차가운 냉기가 가슴속을 파고드는 아침,
홍수 같은 애통과 산사태 같은 한,
자신의 허약함을 게시판처럼 바라보는 눈,
이별의 절망,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흘리는 눈물,
속살을 헤집고 난 숯덩이의 가슴앓이로
새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아침기도에 떠 올렸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상처도 깊어간다.
낙엽만 보아도 울컥 솟아나는 슬픔,
추수가 끝난 벌판의 허수아비처럼 외롭고 허전하다.
주여 !
나직이 주를 부른다.
그저 부르는 일만으로 족하다.
존재의 근원지에서 길어 올리는 생수가 옥빛 물보라로 높이 서려 오른다.
사랑이신 주님 !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이 겪는 아픔이 비좁은 저의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사랑의 거부와 사랑의 단절,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사랑이라는 환각아래
이기심, 타산, 자만심 같은 충동적인 욕구를 채우려는 마음을
잡풀처럼 키워내고 있는 이들 때문에
목숨을 내건 당신의 사랑을 저들이 배우게 하소서,
나를 위해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너를 위해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꿔주실 분은 오직 당신 한 분이십니다.
사랑이 자취를 감춘 이 세상에서
사랑의 불씨에 불을 붙여 영의 충만함으로 배불리실 주님,
먼 산에 찬 서리 가 푸른 잎을 홍엽으로 바꾸듯이
당신의 은총이 저들을 덮어 속살의 추위를 덥혀 주소서.
불탈 때만이 사랑을 압니다.
태초에 주신 불씨가 서로 모여 불타는 그 현장에
부활하신 당신의 현존을 알아차립니다.
오늘 하루 동안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의 수만큼이나
오늘 하루 당신께서 물 들여 주실 그 색깔만큼이나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랑으로 물들여 주소서.
더운피가 모세혈관까지 산소를 공급하듯
추위를 타는 영혼들이 당신의 은총으로 힘을 얻게 해 주소서.
가을꽃을 피워내는 이아침에 간절한 저의 염원도 꽃피게 해 주소서.
2015,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