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성북동 공동체는 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가지고 형제들이 돌아가며
나누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를 여러분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오늘 나눔의 주제는 ‘찬미받으소서’ 회칙 제5장 접근법과 행동 방식입니다. 이 5장은 ‘환경에 관한 국제 사회의 대화’, ‘새로운 국가적 지역과 정책을 위한 대화’, ‘정책 결정 과정의 대화와 투명성’, ‘인간 성취를 위한 정치와 경제의 대화’, ‘과학과 종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환경에 관한 국제 사회의 대화
소수 국가들만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 세계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 할 수 있는 대화.
- 새로운 국가적 지역과 정책을 위한 대화
더 큰 책임감과 강한 공동체 의식, 다른 이를 보호할 준비, 그리고 창조 정신이 필요한 대화
- 정책 결정 과정의 대화와 투명성
허울뿐인 합의를 낳지 않기 위한 솔직하고 투명한 대화
- 인간 성취를 위한 정치와 경제의 대화
윤리 원칙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새로운 경제와 투기 관행을 비롯한 가상의 부를 규제하는 새로운 방식의 대화
- 과학과 종교의 대화
종교가 자연을 보호하고 가난한 이들을 옹호하며 존중과 우애의 관계망을 수립하는 대화
5장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단어는 ‘대화’와 ‘실천’과 ‘발전’이었습니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단어들이지만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화를 통한 상생과 발전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천적 성격을 지닌 5장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제주 강정 마을 해군 기지를 사례로 하여 우리의 현실에서 대화와 그를 통한 발전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국가적 지역과 정책을 위한 대화’
미국은 “제주 해군 기지의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게도 제주 해군 기지와 관련해 침묵을 지켜왔다. 또한 앞으로도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6월 주한 미 해군사령관을 지낸 리사 프란체티 준장은 본인의 이임식 자리에서 “미 해군은 한국의 남쪽 휴향지인 제주에 해군 기지가 건설되는 즉시 항해와 훈련을 목적으로 함선들을 보내기를 원한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언급은 미 해군사령관이 제주 해군 기지의 이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이 자신의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지려는 것을 계속 격려’하는 차원으로써의 발언이었지만 사실 제주 기지 건설로 중국을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라는 나라 앞에서 기본적으로 약자의 입장인 것이 현실이고 미국은 서로의 공익을 위한 대화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두의 선을 위한 국가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 결정 과정의 대화와 투명성’
제주 해군 기지 건설 장소가 강정 마을로 지정될 무렵인 2007년 5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해군 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 87명만으로 구성된 마을 총회를 통해 해군 기지 건설 유치의 결의를 이루었습니다. 1,900명 가운데 87명만 소집하여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마을 총회 자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을에 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 특히 지역 주민들 사이의 투명한 대화와 발전이라는 요소가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관한 국제 사회의 대화’
사실 제주 강정 마을의 구럼비 해안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이 된다면, 인근의 해녀들이 물질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구럼비 해안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닌 해녀들의 물질 때문이었습니다. 구럼비 해안은 실질적으로 거대한 단일 용암 너럭바위로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를 형성하고 있어 보전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해군은 구럼비 해안이 생태적 가치가 낮기 때문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해군 기지 건설을 추진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재산인 환경을 위한 심도 있는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인간 성취를 위한 정치와 경제의 대화’
정치와 경제는 반드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인간의 삶에 봉사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방부는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 후 공탁금(보상금)을 주었지만 주민들은 이 공탁금(보상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해군은 매달 10%의 가산금을 부과하여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발부하겠다고 주민들을 협박하였습니다. 결국 약 4개월의 시간을 버티던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공탁금(보상금)을 받으며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탁금(보상금)을 받지 않고 버티던 주민들에게는 1년 후 통상 임대료의 6~10배에 달하는 벌금과 철거불이행 과징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군 기지 유치 찬성 주민들에게는 대민 봉사, 식사 접대, 여행 등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해군과 해군 기지 건설을 맡은 삼성은,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이 운전하는 중장비를 구럼비 해안 파괴 공사에 투입함으로써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의 불화를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국민의 윤택한 삶을 위하여 봉사해야하는 정치와 경제가 소통이 아닌 불통으로 국민의 재산을 빼앗고 협박하며 불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찬미받으소서’ 회칙 5장을 읽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니, 교황님이 제시하시는 접근법과 행동 방식, 즉 대화와 실천의 부재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 해군 기지 건설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국제적인 활동이나 사회적 운동에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상생을 위한 대화와 실천을 살아간다면, 우리 삶의 터전은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은’ 곳으로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