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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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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_1.jpg


제  목 : 씨 뿌리는 사람 (1850)

작  가 : 밀레 (Jean-François Millet, 1814–1875)

크  기 : 캔버스 유채 101.6 X 82.6cm

소재지 : 미국 보스톤 미술관


예수님의 비유 중 많은 부분이 농업에 대한 것이다. 예수님 자신은 농부가 아니었으나 그의 고향에서부터 보아온 많은 이웃들의 삶이 농업이었기에 그의 농부나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비유는 그가 몸 담았던 환경과 그의 처지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예수님이 제시하신 비유의 대종이 농업과 씨 뿌리는 사람에 관계되는 내용이었다.


지난번 본 예수님의 치유 사화는 선교 활동 초기에 속한 것이고 이것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어 사람들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반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예수님 선교활동의 마지막 단계에 와서는 거센 반대를 받고 사람들에게 몰이해를 재촉하면서 치유사화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한마디로 예수님의 선교 활동이 침체나 아니면 실패로 여겨지는 순간에 등장하고 있다.


예수님의 선교 활동 말기 그분의 가르침이 많은 반대와 거부의 몸짓들을 불러일으키면서 실패의 양상을 띠고 있는 순간 예수님게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시고 여기에 대해 많은 해석까지 등장하면서 이 비유의 복음적 의미성을 알리고 있다.


예수님은 비록 실패한 것 같은 위기의 순간에도 실망치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신다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현대 종교화의 의미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준 작가이다. 그는 성서를 통독하고 하느님에 대한 돈독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하느님을 표현하는데 의문점을 느끼면서 거부의 태도를 가지고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즉 성서나 성인들의 삶에서 나타나는 것을 복사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무의미한 반복에 불과하며 반대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노동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바로 하느님의 역사를 증거할 수 있는 가장 힘있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러기에 그는 일생을 통해 성서의 내용이나 성인들의 생애에 대한 것은 한 점도 그리지 않고 집요하리 만큼 일관되게 자연과 농부, 농촌 노동과 연관되는 작품만을 그렸다. 그에게 있어 자연 속에서 농부가 땀흘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바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가장 이상적인 현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하느님의 작품인 자연 속에서 이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농부들과 농업과 관계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앙심을 그리고자 했다.


밀레_1.jpg


어느 한 부분도 세련되어 보이는 데가 없는 농부가 거친 언덕 밭을 내려오면서 씨앗을 뿌리고 있다. 씨앗을 뿌리는 밭이 잘 정돈되고 우리 농촌처럼 미리 잘 손질해서 씨앗이 자라기 좋은 그런 환경의 그런 밭이 아니나 농부는 여기에 연연함이 없이 초연한 태도로 씨를 뿌리고 있다.


결실은 하느님이 하실 일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자기가 할 일은 오로지 씨 뿌리는 것임을 굳게 믿는 사람다운 의연한 태도이다. 그 태도가 너무 의연해서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 섭리에 대한 전적인 의탁의 태도처럼 숭엄하게도 보이기도 한다.


어둠이 오기 전 일몰전의 밭이기에 농부의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으나 그 후줄그레한 매무새에도 초라함이 아닌 당당한 신념을 가진 사람의 자존감이 드러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주위의 평가나 인정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런 모습이다.


일몰 직전이기에 이제 더 어둡기 전에 씨를 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씨 뿌리는 인상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방법의 작품들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환영을 받았으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 반대와 멸시를 받았다.


즉 열악한 농부들의 삶이란 것이 인간의 행복 추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비참하고 실패한 삶의 형태인데 이것을 작품화한다는 자체가 예술의 가치를 추락시킨다는 것으로 여겨 가치폄하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술을 추구한다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연결시키면서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도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만이 예술의 좋은 소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소수의 사람들 외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관심 밖이 되거나 반대와 멸시의 표적이 되었으나 그는 뿌려진 밭의 토양에 개의치 않고 씨 뿌리는 농부처럼 자신의 작가적 사명을 계속했고 이것이 세상에 새로운 형태의 종교화를 탄생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반고흐_The_Sower.jpg


그의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에게 대단한 영향을 끼쳤고 고흐는 작가를 자신 작품의 생기를 불어 넣어준 스승으로 여겨 존경했다. 그는 자연과 노동의 가치와 종교적인 의미를 서로 접목시킴으로서 이 세상 삶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제시할 수 있었고  종교화가 세상과 유리된 이상적 환경이나 사실의 제시가 아니라 바로 우리 현실 안에서 체험하고 증거할 수 있는 감동적 현실 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전통적인 종교화의 아쉬움이라면 현실과 무관한 이상 세계의 제시로 종교를 어떤 환상의 세계에 안주하거나 실천과 무관한 어떤 형식적인 삶의 반복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으로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서 복음적인 생기와 감동이 전달되는 크리스챤적인 성장 보다는 한 집단의 소속감으로 안주하는 그런 복음적 생명이 없는 신자들을 묶어두고 양산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도 할 수 있는 처지이다. 

 

이런 현실에서 작가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화, 특히 씨뿌리는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자기 삶의 실패로 여겨지는 순간에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함으로서 세상에 복음적 희망의 빛을 던진 예수님의 모습을 자기 예술을 통해 발견하게 만든  위대한 예언성을 지닌 작가의 한 사람이었다는 면에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작가의 한사람이다.


작가가 이런 경지를 구축하게 되기에는 긴 방황과 시행착오의 시간이 있었다. 많은 화가들이 하나같이 성공의 성지로 여기는 파리에 정착하기 위해 그 역시 나체화도 그리면서 우선 생계와 출세의 목표로 파리 생활을 했다.


여기에서 겪은 생활고로 아내를 잃은 후 크리스챤 작가로서 바른 길을 발견하고 고향 바르비죵을 찾아 그곳에서 가난한 농부처럼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척박하지만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작가가 바르비죵 생활에서 그린 자연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되었을 때 극단의 다른 평가를 받았다.


그 전까지 프랑스 인들이 선호하던 작품들은 신화에 나타나고 있는 영웅들, 역사적 영웅들 아니면 성공 사화가 널리 알려져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런 상류 사회 인물들이 주제였는데 씨 뿌리는 농부 하나가 주인공처럼 화폭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불쾌함과 경멸의 대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조명되었다. 전제주의나 왕정과 같은 한 사람이 정한 가치에 의해 평가되던 것이 빛을 잃고 민주적 사고방식이 개발되자  인생의 의미가 재평가되면서 작가의 작품 가치가 재발견되고 그의 작품 안에 있는 종교성과 철학이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전통적 종교화안에서 걷어 내어야 할 무의미성과 형식성이란 덧칠을 제거하고 복음에 바탕을 둔 신선하고 상쾌한 종교성의 제시에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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