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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의 창녀.jpg


제목 : 거울 앞의 창녀(1902)

작가 :조르죠 루오 (Georges Rouault: 1871- 1968)

크기: 종이 수채 70X 60 cm

소재지 :파리 국립 근대 미술관

 

       성미술의 주제로 창녀가 선택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좀 생경스러운 일이다. 창녀직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역사가 깊은 직업이며 동서를 막론하고 존재하던 직업이긴 하나 윤리나 도덕을 강조하는 종교에서는 긍정적인 차원에서 존재성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약성서에서 예수님은 창녀를 선악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그들이 처한 열악한 처지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하는 인간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 주님께서 창녀들을 언급하실 때 마다 당시 사회에서 인정받던 직업인 종교 지도자인 파리사이에 대해 준엄한 견책과 위선에 대한 고발을 하신 것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죄악의 온상 같은 창녀라는 존재에 들어있는 선성과 함께 사회적으로 양심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종교 지도자나 법관이나 변호사 안에 존재하는 위선과 악에 대한 것을 대조적으로 제시하면서 예수님은 창녀들의 존재성에 대해 다른 종교에서 볼 수 없는 혁명적인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창녀들은 비록 자신들의 약한 성정과 피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 의해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멸시를 받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당시 종교 지도자들처럼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과 전혀 다르기에 항상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고발하실 때 마다 창녀들을 등장시키는 것을 성서에서 볼 수 있다

 

거울 앞의 창녀.jpg


       예수님은 마태오 복음서 비유에서 아버지의 명을 받은 두 자녀 중 장남은 처음 거부했으나 후에 아버지의 뜻을 따른 반면, 작은 아들은 아버지의 명을 따르겠다고 선듯 대답 후 따르지 않았던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그들이 맏아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마태오 21,31)

 

또 창녀들의 존재성이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면에서 일반 사회 다른 집단 보다 덜 위선적이고 더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신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 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마태오 21,32)

 

믿음으로써창녀  라합은 정탐꾼들을 평화로이 맞아들였기에, 순종하지 않은 자들과 함께 망하지 않았습니다. (히브리 11,31)

  

       작가의 아버지는 가구 제조공이었고, 할아버지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순성을 평가한 작품을 많이 남긴 오노레 도미에(Honorwe Doumier :1808- 1879)의 석판화 작품을 여러 개 갖고 있을 만큼 현실 고발에 바탕을 둔 예술의 영역을 강조하는 인생관을 지닌 사람이었다.

 

넉넉지 못한 가정 환경에서나마 조상으로부터 전수된 천부적 예술 재능의 바탕에서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찾는데 특별한 혜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당시 프랑스 사회의 부조리를 평가하는 작품을 많이 남긴 도미에 한테서 최초의 교육을 받았고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이렇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도 그의 예술은 종교적 관심과 함께 발전했다.

 

당시 프랑스는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교회의 무지 편협한 성직자들의 근거없는 권위의식에 대한 심한 반감을 느끼면서 종교 예술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 가 없었으나 작가는 이런 와중에서도 현실의 삶을 직시하면서도 이것을 가톨릭 신앙의 차원에서 수용하는 대단한 시도를 했다.

 

그가 1895년 경 부터 사회 고발의 차원에서 작품을 시작하면서 부모로부터 신앙을 전수받은 형식적 신자가 아닌 복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렬한 가톨릭 신자가 되었으며 가톨릭 지식인인 조리스 카를 호이스만과 레옹 블루아를 사귀게 되었다.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는 작품 활동에 있어서 승화된 가톨릭 신앙을 표현할 수 있었다.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을 남긴 사람들을 많지만 루오는 철저히 성서에서 제시하는 예수상을 세상의 현실을 통해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중세 프랑스의 거장들한테서 받은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르네상스 시대 이후 분열된 종교적 전통과 세속적 전통을 통합했다.

 

루오는 교회가 기득권을 상실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몰렸기에 더 이상 종교 미술이 자리 잡기 어려운 현실에서 성서에 바탕을 둔 신앙인으로서 사회적인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서의 내용을 그리기 보다 자기 삶의 현실에서 만나는 법관이나 변호사 같은 기득권자들의 삶과 창녀나 노동자와 같은 멸시받고 소외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성서적 바탕에서 바라보고 성서의 예수님이 보이셨던 연민과 비판의 태도를 보였기에 이 작품은 예수의 사상이나 가르침이 현실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 지를 알리는 좋은 작품이었다.

 

거울 앞의 창녀.jpg

 

       20세기 초가 시작되면서 유럽에는 여러 대도시들이 생기게 되고 이런 사회상의 변화에서 자연스럽게 매춘업이 사회적으로도 피할 수 없는 직업으로 등장하면서 또 성병과 다른 범죄와 같은 문제로 규제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작가도 파리에 있는 유명한 윤락가 주위를 자주 지나치면서 여기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여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그들을 예수님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창녀에 대한 영성적 관점에 접근하게 되었다.

 

그는 일생을 통해 20 여장의 창녀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남겼는데, 이것은 창녀가 사람을 죄악으로 유인하는 존재로서나 하느님의 뜻을 벗어나 살아가는 한마디로 금기의 모델과 같은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창녀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메세지가 무었인지를 알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루오가 그린 창녀는 인간을 관능으로 유혹하는 그런 존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기에 관람자들은 시각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욕망을 느끼기보다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인간적인 사색과 창녀들의 실재적인 삶이 단순한 욕망과의 함수관계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을 보면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작가의 작품에서 창녀는 인간의 약함이나 사회의 비정에 의해 희생된 인간의 상징 악의 그림자이기 이전 이해 받아야 할 인간, 이들의 존재성에 대한 사색을 통해 크리스챤적인 인간성의 이해와 세상에 만연하고 있는 편견을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난 창녀는 인간을 유혹하여 죄에 빠트리는 존재가 아니라 희생양의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노기 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 창녀 역시 새로 손님을 받기 위해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거울을 바라보면서 아무리 단장을 해도 그녀는 손님을 매혹시킬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의 화장은 할수록 더 추해지는 것 같은 역설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 작가가 섭렵했던 프랑스 대성당들의 스테인들 글라스의 외양처럼 전체적으로 검은 바탕에 특히 눈 부분이나 구석 구석을 검은 색갈로 처리해서 이들의 현실이 관능적 기쁨에 함몰된 상태가 아니라 더 없이 비참해서 탈출하고 싶은 상태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이들은 현실적으로 이 삶을 벗어날 수 없기에 절망과 울분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자기가 보기에도 비참한 그런 모습이다. 이것은 윤리적 비참함이 아니라 사회적 부조리와 잘못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모순적 현실에서 살아야하는 비참함이다.

 

먹고 살기위해 손님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있는 모습에서 그는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와 사회적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작가는 근세 화가 답지않게 성서의 내용을 주제로 한 종교화에 섭렵했으며 그 관점에 있어서도 이 작품처럼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인물상들을 통해 이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점과 정반대의 사회 고발을 통해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르치고 있다.

 

마치 예수께서 당시 사회 기득층이며 도덕적으로 모범적 삶을 사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파리사리와 기득권자들의 위선을 고발하는 일방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고 있는 창녀와 세리들의 어두움 삶안에 내재한 맑은 인성과 순수함을 제시하신 것과 같다.

 

복음적 삶이란 허황한 말장난이나 번드래한 겉치례와 무관한 하느님 앞에서 발가벗은 모습으로 자기를 드러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겉은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에 있으면서도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저편에 있는 엄청난 위선적 인간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양자 택일의 선택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종교란 겉치례의 충실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순수하고 깊은 관계가 본질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종교에서도 얼마나 많은 위선과 불의가 자행되고 있으며 특히 이런 위선과 조작의 명인들 중에 종교 지도급의 인사도 흔해서 오히려 종교의 위선을 고발하는 것이 어색할 만큼 현대인들은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이나 다 이런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현실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오히려 종교의 퇴행성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는 말의 기원을 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알리고 있다.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두 종류 인간상에 대한 예수의 태도만이 우리로 하여금 벗어버려야 할 인간의 모습과 함께 항상 변화되어야 할 인간 본연의 맑은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작가는 현대에 있어서 가장 가톨릭 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로 볼 수 있다.

 

작가는 검찰관이었던 친구의 도움으로 파리 법정에 자주 드나들면서 그곳에서 참으로 사회 밑바닥 인생들을 만나게되고 그들 안에 있는 의로움의 발견과 함께 그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통해 예수를 만나게 되었다.

 

조르주 루오가 즐겨 다루는 주제는 창녀와 비극적인 모습의 광대 와 함께 놀랍게도 무자비하고 위선적인 재판관과 변호사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는 세상의 눈과 정반대의 눈으로 이들을 그리면서 예수님의 역설적 삶의 지혜를 선포했다.

 

그는 현대에 보기 드문 순수한 가톨릭 작가로서 한결 같은 신앙적 가치의 작품을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남긴게 특징이다.

 

가난하고 학대받는 자들에 대한 공감, 부자나 권력자를 향한 분노는 루오에 있어서의 깊은 종교적인 감정에서 유래한다.

 

미술사가 드리발은 루오에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찬사를 남겼다.


"
루오는 창녀를 그리는 경우 이 죄 많은 여인이 풍기는 전율할 향기에 취하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연민을 느끼며 그녀의 죄에 울고 그녀와 더불어 괴로워 했다.“


독일 루터교 목사와 신학자로서 신학과 예술 영성에 대한 많은 글을 남기신 발트 니그는 루오의 작품에 들어있는 크리스찬 영성의 높은 경지를 평가하면서 그가 그린 이 작품을 그림을 성화’(聖畵)라고 부르며 다음과 같은 찬사를 남겼다


루오의 창녀 그림은 종교예술에 속한다. 불쌍한 이 여인들이 지극히 가련한 모습으로 감상자의 눈앞에 있듯이, 인간은 항상 이와 똑같이 벌거벗은 몸으로 하느님 앞에 서 있다.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숨을 수 없다. 인간의 허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안에는 혁명적인 요소가 많고 이것은 항상 기성 체제와 세력과 충돌을 일으키게 마련이며 우리가 무심히 거론하는 예수의 생애가 33년으로 십자가의 형으로 끝났다는 것은 그의 가르침이 얼마나 혁멍적인 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바로 복음의 혁명성을 자기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그에 있어 '참다운 예술은 현실에 바탕을 둔 진정한 고발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임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작가는 특히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세속의 또 다른 현실이 되기 쉬운 교회가 저지를수 있는 위선에 대해 준엄한 권고를 주면서 복음의 다음 말씀의 상기가 이런 질병 치료에 좋은 약임을 강조하고 있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 21,31)는 복음 말씀을 뼈저리게 반추하는 것이 교회의 건강에 필요한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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