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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서 병자를 치유하는 성 베드로.jpg


제     목 : 그림자로써 병자를 치유하는 성 베드로(St Peter Healing the Sick with His Shadow,1426)

     가 : 마사치오(Masaccio:1401-1428)

     기 : 프레스코 (230cmX162cm)

소 재 지 : 이태리 피렌체 산타 마리아 카르미네 성당 내 브란카시(Bracacci)경당


살기가 나아지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삶의 질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되고 여기에 병행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미술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과거 생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관광이고 특히 유럽 중심의 관광은 가톨릭적인 것이 대종을 이루는 것이며, 이 중에 피렌체는 빠트릴 수 없는 순례나 관광지이다.


특히 이곳은 이제 예술만이 아니라, 경제, 정치, 외교, 미술,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모범사례를 남김으로서 피렌체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합적인 교육장으로서 자리 매김 하고 있는데, 여기에 견인차 노력을 한 것이 메디치(Medeci)가문이다.


오늘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의 지혜로운 처신으로 어우러진 어느 국가도 보일 수 없었던 차원 높은 삶의 질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메디치 가문은 14세기 직물 거래와 금융업으로 재산을 축적하면서 약 450년을 피렌체의 실제적인 지도 가문으로서 피렌체를 키웠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우리 격언을 너무도 정확히 실천함으로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가문이 되었다. 이 가문이 모은 예술품들을 저장한 곳이 바로 우피치 미술관이며 개인 소유로서는 세계 최고의 품격을 자랑하는 곳이다.


메디치 가문은 치밀한 경제적인 두뇌를 잘 활용해서 돈을 모으자, 예술가들을 후원해서 피렌체를 대단한 르네상스 예술의 도시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여러 분야에 있어 지혜로운 역할을 함께 해서 피렌체를 일약 유럽의 문화 예술의 도시로 키우는데 극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코시모 메디치는 싹이 보이는 유능한 인재를 미리 발견해서 키움으로서 피렌체 문화의 정원사가 되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예술 분야만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 학문을 조화롭게 잘 발전시킨 피렌체의 모범을 배울 수 있는 여러 서적과 강의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또한 동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탈출한 학자들을 대량으로 유입하고 도움으로서 그들을 통해 찬란했던 희랍 로마의 문명이 서방으로 들어오게 했고, 이것은 가톨릭교회의 성숙과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하느님 중심의 일방적인 강조로 폐쇄적 분위기를 보이고 있던 서방 교회에 르네상스 운동이라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것을 도입해서 교회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작가 마사치오는 바로 이런 르네상스의 산파역을 맡았던 초기에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작가였다. 당시 피렌체는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군웅할거하던 시대여서 작가의 위상은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시골 출신으로 거의 독학으로 공부하다시피 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으나 그의 예술적 업적은 너무도 대단해서 그는 처음으로 미술에 있어 원근법을 개발함으로서 평면적 화풍에 입체적 생동감을 넣었다.


작가에게 이 작품을 의뢰한 브라카치(Brancacci) 가문은 한다한 부자들이 많았던 당시 피렌체 수준에선 재력이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 가문의 흔적을 남기고 신앙적 봉헌을 위해 피렌체 남쪽에 있는 가르멜 수도원 성당에 가족 소유의 경당 하나를 맡아 작가에게 작품 제작을 맡겼다.


작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이 경당 전체를 성서에 나타난 사실들을 작품으로 장식했는데 그중에 이 작품은 사도 베드로의 행적 중 다음에 나타나고 있는 내용이다.


“사도들의 손을 통하여 백성 가운데서 많은 표징과 이적이 일어났다. 그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솔로몬 주랑에 모이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 가운데에 끼어들지 못하였다. 백성은 그들을 존경하여, 주님을 믿는 남녀 신자들의 무리가 더욱 더 늘어났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병자들을 한길까지 데려다가 침상이나 들것에 눕혀 놓고, 베드로가 지나갈 때에 그의 그림자만이라도 누구에게 드리워지기를 바랐다.


예루살렘 주변의 여러 고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병자들과 또 더러운 영에게 시달리는 이들을 데리고 몰려 들었는데, 그들도 모두 병이 나았다.(사도 5,12-16)


성베드로.jpg


작가는 이 경당에 베드로 사도에 관계되는 작품 몇 점을 남겼는데, 이것은 창세기의 낙원 추방으로 시작되는 성서 내용의 많은 부분 중에 유독 베드로 사도에 관계되는 것을 집중적으로 그렸다는 것은 사도 베드로에게 상당히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베드로가 앞장서고 젊은 사도 요한이 뒤따르고 있다. 예루살렘의 배경을 작가는 피렌체 시로 바꾸어 누가 보드라도 사도 베드로의 기적이 피렌체에서 재현되는 것으로 각색했다.


오늘도 피렌체를 찾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면 베드로가 걷고 있는 길이 바로 자기가 걸은 길이라는 것을 확인함으로서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피렌체 시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이기에 즉시 알아볼 수 있었으며 이것을 통해 관람자들은 성서에 등장하는 베드로가 아니라 자기들의 삶에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더 가까운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베드로의 모습은 부드러우면서도 위엄이 있다. 부드러운 것은 인간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이고 위엄을 보이는 것은 그는 이제 한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분신으로 선교를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르네상스 인간상에선 아름다움이 중요한 표현이 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유입된 희랍 철학의 영향으로 하느님의 속성에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이기에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하느님의 분신으로 보았다.


희랍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복음 안에 흡수되어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사도 요한은 어느 복음에서도 다 그렇듯 청순한 젊은이로 예수님을 변함없는 스승으로 여기며 살았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한마디로 변치 않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름다운 인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도 베드로는 길옆에 있는 병자들이나 다른 행인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앞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우리의 통념으로는 환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으로 환자를 응시할 수도 있는데, 사도 베드로는 의연한 자세로 앞만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치유신학의 핵심을 제시하는 것이다. 환자를 낫게 하시는 것은 어떤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표현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사도행전 3장엔 사도 베드로가 기도하려 성전에 올라가다가 어떤 반신불수를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은 말로 그를 낫게 했다.


“나는 금도 은도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어느 시대나 사이비 종교인들이 신자를 포섭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치유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이들의 악한 종교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영향력이 심각하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크리스챤이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집단이 만든 코로나 감염이라는 수치스런 참사는 자신의 신통력을 과시하는 사이비 목회자와 이 인간에게 맹종하는 광신자들의 집단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이 작품에 드러나고 있는 베드로는 복음적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리고 있다.


사도 요한의 뒤에 흰 수염에 푸른 모자를 쓴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마사치오의 절친한 친구였던 도나텔로(Donatello: 1386-1466)이다.


그는 조각가로서 마사치오와 함께 선원근법을 창시한 작가로 당시 피렌체 사회에서 내노라 하던 브르넬리스키와 알베르티와 함께 예술로서 우정을 나누던 절친한 친구였다.


오늘 피렌체 미술관엔 “다윗 상”,“참회하는 성녀 막달레나상” 등 많은 그의 작품이 남아 있는데, 그가 이 작품에 그를 넣은 것은 작가의 삶과 닮은 면이 있기에 넣은 것으로 여긴다.


마사치오의 본명은 톰마소 디 죠반니 디 시모네 구이디(Tommaso  di Giovanni di Simone Guidi)라는 긴 이름인데, 마사치오(Masaccio)라 불린 것은 어떤 면으로 보면 그의 기질을 멸시하는 뜻인 “어리석고 지저분하고 매사에 서툰 녀석”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 하나 외에는 다른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인간의 기본으로 있을 수 있는 명예욕이나 경제적 욕심이나 자기 치장에 대해 무관한 삶을 살았는데, 이런 인생을 29년으로 마무리 하면서도 르네상스 예술사에 획기적인 선을 긋는 획기적인 일을 했다.


예술가들 중에도 인간이기에 순수한 예술의 이상과 전혀 반대되는 사악하고 탐욕적인  삶을 살면서 예술의 순수성과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중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예나 오늘에나 흔히 볼 수 있는데, 작가는 너무도 순수하고 맑은 삶을 살았으며 그의 친구 도나텔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나텔로가 그토록 많은 걸작을 남겼으나 돈에 전혀 무심한 그의 삶이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것을 본 메디치 집안의 코시모 메디치는 그의 노년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좋은 포도밭을 선사했다.


그런데 얼마 후 도나텔로는 엉뚱하게도 이 포도밭은 도로 메디치에게 돌려보냈다. 이유인즉 포도밭이 있으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탓에 살기가 너무 고달프다는 이유였다. 너무도 황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도나텔로를 이해한 코시모 메디치는 포도밭 대신 일생 동안 그의 생활비를 제공했다.


도나텔로는 여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죽으면 코시모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했을 만큼 그는 돈이나 세상일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예술 활동 외에 어떤 물질이나 다른 사회적 명예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두 사람의 이런 공통점으로 더 깊은 우정을 느꼈기에 마사치오는 베드로의 일행에 도나텔로를 넣었다.


병자들.jpg


피렌체 시가를 걷고 있는 사도 베드로의 곁에 치유를 기다리는 두 명의 불구자가 있다. 르네상스 예술에서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기에 불구자를 등장시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는데, 작가가 처음으로 불구자를 등장시켰다.


두 명의 불구자에게 사도 베드로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그림자만으로도 불구가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은 베드로의 신통력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열렬함을 알리는 것이다.


두 명의 불구자 중 늙은이는 가슴에 손을 모우고 주님의 자비를 애원하고 있는 반면 젊은 불구자는 아래에서 사도 베드로를 응시하는 표정이 정말 베드로의 그림자가 자기 병을 고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느끼는 모습으로 베드로를 응시하고 있다.


이것은 이 젊은이는  늙은이에 비해 신앙의 얕음을 보이고 있다. 그의 얼굴엔 자기가 일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그런데 베드로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있는 두 사람이 다 일어설 자세를 취함으로서 베드로의 기적이 현실화 되고 있음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경당에 있는 작가의 작품은 르네상스를 시작하면서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미켈란젤로와 다빈치가 어릴 때 이 경당에 있는 마사치오의 작품을 자주 보면서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키웠을 만큼 이 작품은 근세 미술에 이르기 까지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성당에 이 작품 외에 사도 베드로에 대한 다른 작품도 남겼다. “성전에 세금을 바침”이라는 작품은 마태오 복은 17장 24절에 나오는 내용이며, “세례를 베푸는 성 베드로” 라는 작품 역시 인간 중심의 수평적 표현을 강조하던 시대에 르네상스 양식의 획기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해설은 베드로의 세례라는 제목으로 성화해설에서 찾을 수 있다)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에 제작된 이 작품은 그 후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 르네상스 예술의 발전에 큰 힘이 되었다. 함께 예술을 하느님의 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의 삶 자체가 성인의 모습이라 볼 수 있다.


당시 피렌체 성 마르코 수도원에 살았던 도미니코 회원인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화를 그렸기에 그를 화성(畵聖)으로 불리고 있는 것처럼 작가 역시 최선을 다해 성화를 그리는 것을 삶의 전부로 여기며 살았기에 예술로 정화된 그의 삶이 바로 고도의 인격 수양을 거친 성인의 길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작가의 삶은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슬기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1코린 4,10)는 순수함의 극치를 살았기에 그의 인생과 그의 작품은 순수하고 열렬한 신앙 표현이라는 면에서 어느 작가의 작품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림자로서 병자를 치유하는 성 베드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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