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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구세주 (1420)

작가 : 안드레아 류블로프 (Andrei Rublev: 1360- 1430)

크기 목판 템페라 : 158X 106cm

소재지 : 러시아 모스코바 트레타고프 미술관

 

 

1.jpg

 

크리스챤 영성의 다양함은 예술의 표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서방교회인 로마 가톨릭이 시대의 예술 풍조를 과감히 수용해서 다양한 표현을 하고 있는 반면 동방교회에선 이콘이라는 형태로 성화가 표현되어 왔다

 

초기 교회 때 로마 제국의 박해가 끝나자 신자들은 본격적으로 성서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그렸는데, 그것이 `이콘(Icon)`의 시작이며 . 이콘은 그리스어로 `형상, 모상`을 뜻한다.

이것은 동방 교회의 대표적인 성미술로써 12-13세기에 크게 발달하였다.

.이콘은 자연적인 면보다는 초자연적인 면을 강조하고 , , 극적인 움직임 보다는 조용히 잠겨져 있는 하나의 의미 부여적인 그림이며 ''의 그림이다.

 

이콘 화가들은 대상이나 사물들을 사실적 혹은 논리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콘이라는 정해진 표현 방법을 통하여 `영원한 신앙`을 그리고자했다.

이 작품을 그린 루블로브는 14세기 중반을 살았던 수도자로 추정되며, 세속을 떠난 삶을 살았던 여느 수도자 처럼 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반 없다

알려진 것으로는 그는 젊은 시절 그리스 수도자로부터 이콘의 기법을 익혔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거룩함의 강조로 강하고 경직된 표현으로 자주 나타나는 다른 이콘과는 달리 부드러움과 연민과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몇 점 남아있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구약성서를 주제로 한 삼위일체와 소개하는 이 작품으로 깊은 영성을 표현한 작가로 인정받으면서, 1988년에는 러시아 정교로부터 시성되어 서방교회의 베아토 안젤리코(Beato Angelico) 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화성(畵聖)이 되었다

이 작품은 구세주 그리스도의 모습을 천지의 창조주로 표현하던 전통적인 이콘처럼 위엄있고 전능한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너무도 인간적인 부드러움으로 영적 깊이를 표현했다는 면에서 탁월한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주제를 그린 대부분 동방교회 작품들이 너무 엄숙하고 준엄한 표정을 짖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경외심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제켜진 채 있다가 모스코바 승천 대성당 근처의 헛간에서 발견되었는데 , 이날이 공교롭게도 1918년 러시아 공산 혁명이 일어난 다음 날이었다.

 

이 공산 혁명은 러시아 왕실과 연루된 여러 부패를 척결한다는 밝은 면도 있었지만 많은 무고한 시민이 학살을 당하고 러시아 사회 전체에 지옥과 같은 끔찍한 고통을 준 비참한 사건이었다.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고 고통을 겪으며 비참했던 시기에 발견된 ,이 작품은 단순히 좋은 작품의 발견이란 차원 이상의 의미 , 즉 주님께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당신 자녀들인 러시아인들에게 구세주로 나타나셨단 신앙적 의미로도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구세주라는 신분이 신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초월자가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의 위로자와 보호자이신 예수님의 모습과 맞아 떨어지면서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게 되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예술 작품이기 이전 11세기를 살았던 러시아인들에게 대단한 존경과 사람을 받던 보리스와 (Boris)글렙(Gleb) 성인에 버금가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스도의 얼굴만 남은 이 작품을 바라보면 누구나 받게 되는 첫인상은 바로 평화를 주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폭도들의 온갖 만행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피난처와 같은 존재인 분이었다.

이런 러시아 백성들에게 이 작품은 다음 성서 구절과 너무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네 멍에를 매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는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명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오 11: 28)

 

 2.jpg

예수님의 모습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작품은 예수님의 모습을 동적으로 표현함으로서 관객들에게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감동을 주고 있다.

 

예수님은 그냥 서계시는 게 아니라 어깨를 약간 비스듬히 돌린 상태에서 앞을 바라보고 계신다

즉 이것은 예수님이 어디론가를 가시다가 멈춰 서시어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시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눈은 더 없이 그윽하면서 자애에 넘치는 모습이다

눈이 아름답다기 보다 어떤 죄인이라도 사랑으로 용서하시고 , 어떤 불안한 사람에[게도 안정과 희망을 주실 수 있는 연민의 정을 담고 계신 모습이다.

 

고상함과 온유함이 풍기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닥아오면서 그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예수님의 얼굴은 더 없이 잘 생겼고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것처럼 여유있고 개방적인 모습이다

시비를 가려 정확한 판결을 하실 심판주가 아니라 ,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을 자기 품에 안아 보호하시는 착한 목자의 모습을 연상시키신다.

 

 

3.jpg

 

 

 

이 작품에 드러나는 색상 역시 부드러우면서 상쾌한 인상을 주고 있다.

담청색 , 청색 분홍 색깔이 조화되면서 다른 이콘에서 풍기는 중후한 인상이 아닌 친근감을 주는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색깔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분 어깨에 드리워진 짙은 청색이다

짙은 갈색의 머리칼을 제외하고는 분홍이 주조 색깔을 이루는 전체에서 그분의 어깨를 덮고 있는 망토의 짙은 청색은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콘에 있어 주님은 붉은 겉옷에 청색 망토를 입는 것이 보통인데, 붉은 색은 신성을 푸른 색을 인성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주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신성을 죄 외에는 모든 점에 있어서 우리와 꼭 같으신 인성 안에 담고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고대하는 이들을 구원하시려고 죄와는 상관없이 두 번째로 나타나실 것입니다.”(히브리서 9:28)

이 인성의 푸른 색깔은 그분의 분홍빛 얼굴과 대조를 이루면서 그분의 인상을 더 없이 다정스럽고 온유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전통적인 기법을 전수하면서도 다른 어떤 이콘이 주지 못했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푸른 색 만토를 통해 그분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닥아오신다.

 

성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죽음을 이긴 승리자의 모습이기 이전 너무도 다정한 모습으로 닥아오신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사명을 부여하실 때에도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있느냐 ? 내 손과 내 발을 만져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 하시며 더 없이 친근한 모습으로 전하고 있는데( 루카 24: 39) 여기에서의 예수님 얼굴은 하느님으로서의 위엄 보다는 더 없이 다정한 모습의 아버지나 형님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작품은 재발견될 당시 살육과 방화와 같은 공포의 절정인 공산 혁명에서 날벼락 같은 경악감에 사로잡힌 러시아인들에게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공포와 슬픔에서 평화와 기쁨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서방의 성화가 시대 변화를 수용해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반면 동방의 성화는 정해진 법칙을 고수하면서 특히 하느님의 초월성을 심도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고정관념을 을 뛰어넘어 창조주로서의 위엄있는 모습 보다 엠마누엘로서 오시어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시기로 약속하신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오 28: 20) 는 주님을 보여주고 있다.

 

 

4-1.jpg

 

 

이 작품이 발견된 당시의 러시아의 상황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치지가 어렵고 고독한 순간일수록 더 희망의 모습으로 닥아오게 된다.

작품이 발견될 당시 심히 훼손된 상태이어서 전문가의 면밀한 복원작업을 거쳤으나 훼손된 부분은 마치 그분이 받으신 상처의 기억으로 닥아오면서 또 새로운 감동을 주고 있다.

 

예나 오늘에나 다 그렇듯 종교가 제도화되고, 국가종교가 되면 종교는 인간 사회의 어느 집단 못지 않게  부패하게 마련이고 혁명 당시 러시아 정교회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공산 혁명의 목표중에 종교 말살이 포함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공산 혁명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와, 최소한의 생계유지도 어려운 비참한 농민들의 현실과 반대로  교회와 성직자들의 비복음적인 부유의 도가 지나친 삶의 모습은 수술해야 할 부분으로 보였기에 혁명 당시 교회도 많이 파괴되고 수많은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이 학살당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순교라 표현하겠지만 양심이 있는 크리스챤에겐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한마디로 당시 러시아 교회는 자기의 악행 때문에 주님을 십자가에 다시 목박은 꼴이 되었다.

 

발견 당시의 훼손된 모습은 바로 이런 주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숙연한 마음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야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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