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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의 어린양 (Agnus Dei 1635-40)

작가 : 프란치스코 수르바란 (Francisco de Zurbarán :1598-1664)

크기 : 켐퍼스 유채 62 X 38cm

소재지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Museo del Prado)

 

     예수님 생애의 분기점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사건이기에 사순절의 주제는 당연히 예수님의 수난에 집중하고 있다.

성서의 모든 복음에서 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이것은 너무 당연한 순서로 볼 수 있는데
, 사순절 독서는 이사야 예언서에 나타나고 있는 고통받는 야훼의 종으로서 예수님의 묘사를 통해 십자가 사건을 다각도로 심원한 관점에서 보게 만들고 있다.

 

즉 메시아의 모습을 죄많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희생제물로 자신을 봉헌하는 어린양의 모습으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것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비참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수난의 의미가 너무 공포와 충격으로 와닿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순화시킬 수 있는 균형잡힌 관점이라 볼 수 있다

  

작가는 종교개혁 후의 가톨릭 교회 신앙을 보존하고 신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표로 시작된 반종교개혁 운동에 동참한 작가로서 성서의 내용이나 특히 수도자들 성인들을 많이 제작한 작가였으나 이 작품을 통해 가톨릭 성화가 지닌 단순하면서도 깊은 내용을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으며 이것은 작가의 시대 사람들에게 십자가 수난의 의미를 보완하고 심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검은색 벽을 바탕으로 아무런 장식도 없는 탁자 위에 너무도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형상의 어린양이 발이 묶인 채 누워 있다. 처형되기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상태를 표시하고 있다. 이 어린양의 운명은 희생양으로 이미 결정된 모습이나 조금도 반항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너무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누워 있다.

 

유일한 반항의 도구인 뿔 역시 모두 아래로 행해 있으니 자기방어의 도구와는 거리가 먼 완벽한 무방비의 모습이다.

.

이것은 성서의 다음 내용을 연상시키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없이 올리브 동산에서 체포되시는 예수님의 체포 장면을 연상시킨다.

  

사순절 전례는 바로 예수님의 수난을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 구약 성서의 이사야서를 인용하면서 주님 수난의 의미성을 충격이 아닌 방법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야 53:7).

 

어린양은 자기에게 닥칠 희생양의 처지가 될 비참한 운명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디하나 반항이나 거부의 몸짓이 없이 조용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당시 스페인에서 힘깨나 쓰던 도시인 세빌리아의 공식 작가로 인정을 받는 유명 작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정물화와 함께 여러 성인들의 종교화를 제작해서 대단한 명성을 얻었으나 구약 성서에 나타나는 어린양의 주제에 깊은 감동을 받아 5장의 작품을 남겼으나 그중에서 이 작품이 백미에 속하는 것이다.

 

작가는 너무도 순진한 어린양이 자기 탓이 아닌 악한 힘에 의해 속절없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통해 관람자들에게 우리 인간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십자가의 수난과 고통을 겪으신 예수님의 모습과 연결시키고 있다.

 

작가가 백 마리의 살아있는 양 보다 더 감동을 주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주님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수난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결한 어린양을 등장시킴으로 예수 수난의 진면모를 관람자들에게 감동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예수님의 수난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비참한 말로가 기다리는 불길한 사건이 아니라 그 안에 인류 구원이라는 하느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기에 인간적인 판단을 거두고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알리고 있다.

 

예수 수난의 내용이 관습적인 형식으로 포장될 수 있는 위험을 뛰어넘어 마치 인간이 몸담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실재적인 사건임을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있다.

 

또한 미사 때 마다 성체를 영하기 전에 바치는 기도인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라는 기도로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성서적 의미를 키워주며 작가는 바로 이것을 주님의 수난과 직결시킴으로써 우리에게 구원자로서의 예수님의 모습을 더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어린양의 순수한 모습이 결코 주님께서 얼마 후 겪어야 할 고통을 잊게 만들지 않고 그 순진한 모습 앞에 전개될 고통을 너무도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감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어린양의 내용이 주님께서 야훼의 종으로서 인간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극도의 고통을 받으시는 예수님을 너무도 잘 묘사하기에 이것은 예수님 수난을 설명하는 효과적인 자료가 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이사야 예언서에 나타나고 있는 야훼의 어린양으로서 예수님을 그린 것이나 너무 아름답기에 성화이기 이전 한 폭의 정물화로 취급받으면서 성서적 의미 이전 인간 미학적 차원에서도 너무 아름다운 정물화로서도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러기에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높은 미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을 통해 최고의 아름다움이신 하느님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 이전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거행하신 성체성사의 내용, 더 없이 순수하고 인간에의 사랑이 지극하신 분께서 우리 죄많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리신 숭고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초대하고 있다.

 

성서는 주님 성찬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는데, 빵과 포도주로 표현되는 성찬례는 어린양의 봉헌처럼 너무도 아름답고 고귀한 것임을 알리고 있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먹으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계약의 피다“‘ (마태오 26:26-29).

 

작품을 통해 초대 크리스챤들이 요한 복음을 읽으면서 느낀 감동을 재현하고자 했다.

 

그리스도께서는 더없이 순결하시면서도 비참한 모습으로 십자가를 지셨다는 십자가의 역설적인 면 비참함과 고귀한 죽음과 승리의 영광을 함께 표현하고자 했을 때 비참한 십자가의 상징을 통해서보다 이 깨끗한 어린양의 모습이 오히려 더 구원자로서의 예수님 모습 전달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작품은 작가의 의도 이상으로 크리스챤들의 감동을 주게 되었다

 

아무리 충격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름다운 모습을 등장시켰다 하더라도 이것이 주님께서 인간을 너무 사랑하셨기에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음을 희석시킨다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데, 다행히 작가의 이 작품은 다음 성서의 말씀을 받아들이는데 너무도 큰 감동적 효과를 주고 있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야 53:5).

 

'그가 구속되어 판결을 받고 제거되었지만 누가 그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던가? 정녕 그는 산 이들의 땅에서 잘려나가고 내 백성의 악행 때문에 고난을 당하였다'(이사야53:8).

 

이처럼 작가는 이 아름다운 어린 양 앞에서 고난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신 구세주 예수님을 만나게 만들고 있기에 사순절의 핵심인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너무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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