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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올리브 동산의 예수님 (Agony in the Garden : 1459~1465)

작가 : 죠반니 벨리니( Giovanni Bellini: 1430~1516)

크기 : 목판 템페라 81 X 127cm

소재지 : 영국 런던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London)



예수님 삶의 큰 분기점인 십자가와 부활은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사순절에 있어 십자가 경배의 의미는 대단하다.


중세기부터 성지를 지킨 프란치스칸들은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에게 주님이 지신 십자가의 의미를 바로 가르치기 위한 의도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만들었고 이것은 이제 교회의 신심으로 정착되어 성지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에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후 다음 날 있을 수난을 생각하며 주님께서 올리브 동산에서 보낸 여정의 중요성은 십자가의 의미를 훨씬 더 심화시키고 있다.


교회가 사순절에 통념적으로 하고 있는 십자가의 경배나 십자가에 대한 강론은 예수님이 수난 전 겪으셨던 인간적인 불안과 고독을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주님의 십자가 수난은 신체적 고통이나 군중으로부터 받은 모욕감만이 아니라 고독 불안 절망과 같은 자기 내면으로부터 솟아 나온 것이기에 더 극복이 어려운 것이었다. 

 

성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 내용을 작품을 통해 어떤 강론보다도 더 정확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강론이란 청각에 의지하는 것이기에 명 강론이라는 것은 청각 기능을 키우는 것에 불과하나 작가는 인간이 지닌 지각과 시각을 자극해서 이 성서의 내용을 설명하기에 어떤 강론이 주지 못하는 복합적인 방법의 감동을 줄 수 있는데, 작가는 이런 면에서 대단한 자질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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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루카 복음에 나타나고 있는 다음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가시어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시니, 제자들도 그분을 따라갔다. 그곳에 이르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곳에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 그분의 기운을 북돋아 드렸다.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기도를 마치시고 일어나시어 제자들에게 와보시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자고 있느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 기도하여라.”(루카 22장 39-46)

이 성경 구절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올리브 동산에서 가지셨던 삶의 비감한 감회를 느낄 수 있으며 십자가에서 겪으셨던 단말마적인 고통과 또 다른 극복이 어려운 심원한 고통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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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경황없는 가운데서도 제자들을 위로하시기 위해 최후만찬을 마련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이 평소 아끼시던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시고 올리브 동산으로 가시어 자신이 겪어야 할 인간적인 고통과 고독감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예수님의 가장 큰 고통은 자기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 키운 제자들로부터 배신을 당한다는 것과 또한 자기가 그토록 사랑하고 신뢰했던 하느님으로부터도 버림을 받는다는 절망 상태를 동반한 불안감이었다.


올리브 동산은 원래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풍요로운 환경이나 작가는 예수님의 너무도 고독한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그 옆에는 가시나무까지 등장시킴으로 당시의 예수님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임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잠에 곯아떨어진 제자들인데 이들이 예수님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무관한 사람처럼 자신의 인간적 피곤함에 함몰되어 곤하게 잠에 떨어짐으로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생각하며 피땀을 흘리는 스승과 완전히 절연된 모습을 보인다.


이어서 복음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기 위해 체포 궁리를 하고 있는 로마 병정들의 앞잡이로 등장하는 유다스의 모습을 등장시킨다.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라고 하는 자가 앞장서서 왔다. 그가 예수님께 입 맞추려고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유다야, 너는 입맞춤으로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루카 22:47-48)


작가는 유다스를 앞장세워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는 로마 군인들의 장면을 강 건너 저편 별도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절망과 고통으로 이어지는 예수 수난의 단면을 별개로 표현함으로서 관람자들이 주님 수난의 고통에 더 체계적이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수님은 어떤 도움도 청할 수 없는 절망의 현실 속에서 피땀이 흐르도록 기도하시는 예수님 앞엔 강 건너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유다스의 인도를 받는 로마 군인들이 강 건너 편에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자기가 믿고 돈과 함께 모든 것을 다 맡긴 제자 유다가 자기를 팔아넘기기 위해 로마 군인들을 인도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절망적 상태이며 더 나아가 미래에 닥칠 예수님의 절망적 사태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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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하느님의 위로는 잔을 든 천사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하늘에 있는 희미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늘 색깔과 비슷한 형태의 천사가 잔을 들고 희미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희미한 모습의 천사는 그에게 실망을 안겨 준 제자들이나 자기를 체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는 유다스와 로마 병정들의 선명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표현은 우리 현실 삶 안에서 자주 체험할 수 있는 신앙의 허약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크리스챤인 우리에게 어려움이 닥칠 때 그 어려움은 너무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반면 이것을 극복할 신앙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고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지면서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위로의 힘은 우리에게 너무도 멀리 있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며 자신의 신앙이 너무도 약함을 자책할 수 있다.

  

이런 처지에 우리는 예수님께서도 올리브 동산에서 같은 체험을 하셨다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를 너무 자책하는 것은 예수님의 신앙과는 다른 강함 일방적 강조의 잘못된 신앙임을 알아야 한다.


올리브 동산에서 기도하는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크리스챤 신앙은 강한 인간의 자기방어가 아닌 약한 인간의 약점에도 동참하는 인간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현대에서도 이 작품을 대하는 크리스챤들의 감회를 대변하고 있다.


신앙안에서 주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어떤 어려움이 닥칠 때 신앙에 의지하기보다 그 사건 자체가 주는 부담 때문에 신앙이 없는 사람처럼 불안하면서 자기의 나약한 신앙 상태를 한탄하면서 불안과 고통에 머물게 된다.


주님의 위로와 희망보다는 앞으로 닥칠 불길한 상상에 더 휘말리기 쉬운 것과 같다.


작가는 왼쪽 제자들로부터 오른쪽 하늘에 있는 잔을 든 천사까지 점진적으로 묘사하면서 예수님이 우리와 꼭 같은 인간으로 겪어야 하셨던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가면서 명암이 더 밝아지면서 위로의 천사가 있는 하늘 저편은 다른 곳보다 더 밝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부활 신앙은 생명과 빛의 세계가 열리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즉,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이미 십자가의 죽음, 그전에 겪은 올리브 동산에서의 인간적 절망과 불안안에서 이미 부활의 씨앗이 싹트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만을 바라보면 우리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강하게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순교 신앙의 일방적인 편집성에 빠지기 쉬우나 이것은 예수님의 허약한 모습 안에서 보완 될 때  신앙인의 바른 모습을 보이는 것임을 올리브 동산의 예수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골고타의 예수님과 함께 올리브 동산의 예수님을 조화시킬 때 우리의 신앙은 예수님의 닮은 모습을 세상에 전할 수 있고 여러 허약함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공감대를 느끼는 신앙인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우리 삶에 있어 강함 일방을 강조하는 순교 신앙의 진영논리에서 우리가 해방되어  인간적인 약함도 인정할 수 있을 때 더 멋스러운 향기로운 신앙인이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있으며 우리가 강함의 극치인 순교 신앙만을 강조하는 우리의 현실이 보완되어야 함을 알리고 있다.


그러기에 현대 가톨릭 문학가로서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엔도 슈사쿠는 일본 박해 시대 역사 소설을 쓰면서 장한 순교자가 아닌 자신의 약함 때문에 아니면 신앙의 표현이 강함 일방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배교했던 기치이로와 페이아라 신부를 등장시키면서 신앙은 강한 자의 독점물이 아니고 약함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함을 알리고 있다. 일방적 순교자 찬양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신앙에 생각해야 할 점을 알리고 있다.


성서에서 예수님의 인성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히브리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예수님께서 올리브 동산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고 있으며 작가는 이것을 심리적인 배려까지 하면서 우리에게 제시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히브 4:15)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히브 2:18)


이처럼 이 작품은 우리가 지닌 하느님을 향한 믿음의 약함이 결코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떠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올리브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임을 알고 위로를 받으리는 것을 알리며 허약한 우리 믿음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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