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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4stanne.jpg

제목 : 성 안나 와 성모자와 어린양 (1509-1519)

작가 : 레오나르드 다빈치(1452-1519)

크기 : 캠퍼스 유채 168.X 130cm

소재지 : 프랑스 파리 루브르 미술관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인류 역사에서 많은 재능을 지닌 천재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는 예술가이기 이전 해부학자, 건축가, 도시계획가, 사상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로서 재능이 탁월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해낸 만능인으로 평가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유능한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가난한 소작농의 딸 사이에 사생아로 태어났다. 신분상의 차이로 아버지가 시골 처녀인 생모를 버리고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사생아가 된 그는 5년간 생모와 함께 지내다 생모마저 재혼함으로서 생부의 집에서 계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 작품은 다빈치가 마지막으로 남긴 걸작이다. 그는 18년간 이 그림에 매달렸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그였지만 신중성이 대단해 무엇 하나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없이 심사숙고 후 초인적인 정성을 다했기에 그가 남긴 모든 것들은 오늘까지 다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천재적인 재능과 초인적인 노력 형이라는 완벽한 자질을 지닌 이상적인 인간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시대에 그리 인정받지 못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 이태리에는 작가 외에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여러 면에서 쌍벽을 이루면서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었는데, 작가는 특히 질투심이 대단했던 미켈란젤로와 사사건건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항상 그와 경쟁적인 처지에 있으면서 앙숙이었던 미켈란젤로는 천재적인 재능과 노력에 이어 인간적인 야심과 질투심 또한 대단했기에 자기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정치적인 술수도 사용해 당시 실세였던 교황청과 메디치 집안에 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다빈치는 이런 데 초연하다 보니 어디에서도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 말년에 밀라노 공국을 거쳐 프랑스에 가서 프랑소와 1세 왕의 극진한 보호 속에서 지내다 거기서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밀라노 공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유명한 최후만찬을 남겼다.

 

다빈치는 비범한 능력 못지않게 인간적인 의리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말년에 그를 따뜻이 맞아준 프랑스의 왕 프랑소와 1세에게 감사의 표시로 그가 소중히 여겨 일생을 지니고 다녔던 모나리자를 선사했으며, 이것은 오늘 루브르 미술관의 보물로 남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 말년의 작품이기에 그의 천재적 재능과 최고의 노력이 결집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사본 -사본 -018-4stanne(2).jpg


중세 교회가 하느님의 모습을 너무도 엄격한 모습으로 설정하고 선의로나마 신자들이 교회를 이탈하거나 죄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옥 벌에 대한 두려움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그러기에 신앙은 중세 인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주는 것 보다, 불안과 공포의 주체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성모 공경은 자연스럽게 신자들 사이에 퍼지게 되었으며, 이런 과정에서 성모님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 안나에 대한 공경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중세기에 성모 공경은 교회가 보이는 너무도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하느님의 모습에서 찾을 수 없는 모성적인 그리움을 채워준 대용품으로도 볼 수 있기에 중세기에 성 안나까지 등장시키는 성모 공경이 정착되었다.

 

성모님은 자기 어머니인 안나의 무릎위에 앉아, 어린 양을 잡으려고 하는 아기 예수님을 자기 앞으로 붙들려 하고 계신다. 이것은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 나타나고 있는 예수님 족보의 또 다른 면모라 볼 수 있다.

 

성서에 나오는 족보는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요셉으로 시작되는 부계 족보라면, 이 작품은 예수님의 모계적 족보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어린양을 앞에 두고 아기 예수님, 성모님, 성 안나로 이어지는 성가정의 모습을 펼치고 있다. 성서에서는 아기 예수의 어머니로서 성모님이 등장하시나 여기에서는 외할머니 안나 까지 등장시킴으로서 예수님의 인간적인 기원을 강조하고 있다.

 

하느님의 아들과 인간이라는 세 명의 인물을 한 덩어리로 묶어 등장시키면서 인간적 유대의 긍정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전까지 교회는 당시 사회 구조를 닮은 봉건체제의 피라미드 형태의 교회를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수님도 신성을 더 강조하는 편이었으나,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모든 점에서 인간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풍조가 생겼는데, 이 작품에 있어서도 이것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교회 신학 표현에 있어 미흡했던 하느님의 모성적 차원을 강조하고 있다. 성모님은 자기 어머니이신 성 안나의 무릎위에 앉아 아기 예수를 붙들려고 하는데, 신성의 일방적 강조로 인간성에 대한 표현이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중세기에 인간적인 훈훈함을 풍기는 모습이다.


그런데 성 안나와 성모님은 모녀간 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나이의 젊은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서 다빈치의 어린 시절의 체험과 기억이 표현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다빈치는 지역에서 유능한 공증인 아버지가 보잘것 없는 소작인의 딸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였다. 어머니 카타리나는 5살이 될 때까지 아들을 양육하다가 재혼을 위해 어린 그를 생부에게로 보낸다.

 

이때부터 작가는 아버지와 계모라는 그리 편치 않는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유복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실수로 사생아가 된 이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아들이 예술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당시 피렌체 공국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작가였던 베로키오(A.Verrochio :1435-1488)공방의 문하생으로 보내어 작가로서의 길을 열어주었다.

 

계모 역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처의 자식을 미워하고 구박하는 통념적 계모상과는 거리가 먼 비록 남편이 낳아온 아들이지만 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를 대했기에 상처받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의 이런 두 어머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성 안나와 마리아의 모습에 투사되어 있다.

 

심리학자인 프로이드( S. Freud )는 이 작품을 깊이 관찰 후 성 안나와 마리아의 모습은 작가 생모와 계모의 투사이며, 아기 예수는 작가 자신을 투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사생아라는 불행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처지에서 자기를 사랑으로 키워 준 두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자기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으며, 자신의 작가 생활은, 아기 예수처럼 이 세상에서 예술이라는 창조 활동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는 사람이란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성 안나와 성모님의 닮은 모습을 통해 생모와 계모라는 인간적으로 보면 상반되는 위치를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인간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모녀의 모습은 너무도 신비스럽다. 웃고 있는건지 우울한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신비롭기도 하고 오묘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모나리자에서도 사용한 스푸마토”(sfumato)라는 기법이다.

 

이것은 연기처럼 사라지다란 이탈리아어 'sfumare'에서 유래한 것인데, 사용하는 색채를 연기와 같이 미묘하게 변화시켜 색깔 사이의 윤곽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도록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성가족이 앉아 있는 앞부분과 뒷부분의 배경에서 표현되고 있는 원근법적 표현과 명암의 표현이, 한 순간에 구분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감지되면서 주변과 모든 것이 조금도 어색하거나 생소하지 않게 어우러져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뒷면의 배경 또한 마치 조선왕조 시대 유명한 산수화가였던 정선의금강산도를 연상시키며 시원하게 전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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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는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다운 기쁨이 없이 애처러움과 시름이 담긴 눈길로 아기 예수를 어린양으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한다그리고 할머니 성 안나는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이런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성 안나의 표정은 더 없이 심오해서 달관의 경지에 이른 사람의 모습이다.

 

 아기 예수님은 놀기 위해 어린양을 붙들려고 하며, 성모님은 이런 예수 아기의 이런 행동을 저지하면서 자기 앞으로 끌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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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양은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예수님의 사명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을 십자가에서 희생으로 바치는 가여운 사랑을 지닌 하느님의 모습이다.

 

요한 복음 사가는 예수님의 사명을 구약에 나타나고 있는 하느님께 속죄의 제물을 바칠 때 사용했던 어린양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튿날,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 [요한 1:29-30]

 

예수님의 일생은 이런 어린양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시는 것이었기에 묵시록의 후반부에선 온갖 환란과 혼란을 이기고 승리한 교회에 등장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역시 어린 양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또 보니 어린양이 시온 산위에 서 계셨습니다. 그와 함께 십사만 사천 명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양의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묵시록 14: 1-2]

 

그런데 이런 대단한 메시아의 역할을 시작하는 아들 예수에 대하는 성모님의 태도는 너무 인간적이다. 신앙적 차원에서 보면 성모님의 역할은 아들 예수가 성부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키 위해 용감하게 골고타를 오르는 것을 원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작가는 이런 통념적 공식과 같은 관점이 아닌 인간 어머니 성모님을 더 표현하고 있다

 

성모님이 어린양을 붙들고자 하는 아들 예수를 자기 앞으로 당기는 것은 인간 어머니로서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성부의 뜻을 따름도 중요하지만, 나는 너를 너무도 사랑하고 네 존재는 나에게 너무도 소중하기에 네가 고통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는 성모님의 인간적 모성이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서 사랑의 형이상학이나 차원 높은 신학 보다 너무도 고귀하면서도 평범한 모성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었다.

 

가장 진실하고 순수한 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라면, 자기 아들이 받아야 할 고통을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임을 강조하고자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여느 인간의 어머니처럼 성모님을 표현했다.


018-4stanne.jpg


외 할머니를 동반한 성가족은 정확한 삼각구도의 표현으로 안정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앞부분 등장인물들은 적갈색의 어두움으로, 뒷 부분은 밝은 청록색을 사용함으로서 색체 원근법을 통해 전체가 막힘이 없는 시원한 장면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표현했다.

 

성서의 어떤 구절을 확대 과장하다 보면 하느님의 작품인 인간성을 등한시하기 쉽다.

 

교회 역사에서 뿐 아니라 오늘도 신앙의 표현에 있어 교의적인 방법으로 하느님 중심적 관점을 일방적으로 강조함으로 신앙이 하느님의 따스함을 표현하기보다 차갑고 경직된 모습으로 표현되기 쉬운 현실에서 이 작품에서의 성모님은 인간 예수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이는 감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너무도 심취하며 그렸기에 양적으로는 많은 것을 남기지 못했고 이 작품은 작가 생애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자신의 인생과 함께 신앙의 심화된 경지를 표현하고 있다.

 

크리스챤 신앙의 원천은 두말없이 성서이며, 우리 교회는 성서를 만든 교회의 전승도 인정하기에 신앙을 더 풍요롭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아름다움의 표현인 예술을 통해 하느님을 찾았기에 신학이 표현할 수 없었던 하느님의 모습을 제시했다.

 

성서나 교회 전승이나 교회가 만든 교리서도 다 중요하지만 하느님은 이것 보다 더 크신 분임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교회가 제도화 될수록, 성서나 교회 전승이나 그와 관련된 어떠한 문헌들이 거기에 사람을 묶어둠으로, 하느님이 주시는 큰 자유로 나아가는데 날개 역할을 하기보다. 묶어두는 족쇄 수준에 사람을 머물게 하기 쉽다는 것이 교회 역사에서 느끼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세기 성모 공경은 이런 면에서 가부장전통의 교회에 하느님의 모성적 사랑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숨통을 틔웠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위대함과 사랑을 한껏 표현했다.

 

천재로 인정받았던 작가가 이 작품에 19년간을 매달리며 살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너무도 쉽게 빨리 하고픈 현대인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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