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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푸른 마돈나 (Madonna in blue 1997)
 

작가 : 야수오 우에노 (Yasuo Ueno:1926-2005)

크기 : 일본전통 화법 비단에 금판, 130 x 194 cm


일본의 가톨릭 교회사는 세계 교회사에서도 좀 특수한 위치에 있다. 먼저 일본은 어떤 이유로든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한 이해 가운데서 가장 호감을 가진 나라이고 이것은 단순히 일본의 경제력과 연결돠는 것만이 아닌 일본의 총제적 인식의 관점에서 온 것이다.



19세기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 박람회에 출품된 일본 도자기들의 포장지로 건너간 일본 민화 유키요에가 선풍적인 인기와 관심을 끌게되면서 프랑스 인상파들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반 코흐는(Van Goch) 그 어려운 경제 처지에서도 인쇄로 가격이 싼 일본 우키요에를 많이 구입해서 자기 작품에 그대로 사용할 만큼 일본 예술은 서양인들에게 동경과 관심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선교의 차원에서도 프란치스코 하비엘이 일본에 상륙해서 선교를 시작하자 상당한 신자를 확보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으나, 영국 네델란드 같은 개신교 국가들과 무역의 경쟁 상대가 되면서 일본 막부는 스페안 폴투갈로 대표되는 가톨릭 교회가 일본 문화 파괴와 정치적 안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박해를 하게 되면서 일본 막부는 영국과 네델란드 같은 개신교 국가는 받아 들이고 가톨릭은 박해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본 정부가 개신교 보다 가톨릭을 더 정치적으로 위험 집단으로 생각하게 된데는 시마바라의 난이 큰 작용을 했다. 원래 시마바라는 영주가 가톨릭 신자였기에 종교적으로 자유를 누리면서 양적으로 대단한 성장을 이루다 교회를 반대하는 영주가 되면서 교회를 박해하자 이곳에 있던 약 2만명의 농민 신자들이 주동이 되어 봉기한 대단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일본 막부는 막대한 군대를 동원해서 이것을 막는 과정에서 그 충격과 피해가 컷기에 가톨릭 교회는 무서운 정치적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으로 생각해서 종교 문제가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교회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시마바라 반군의 병력은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대략 2만 ~ 3만 7천의 키리시탄들이었다고 한다.



이런 박해 속에서 일본은 선교사들이 모두 순교하면서 성직자가 없는 교회가 되어 신자들은 잠복 크리스챤이란 뜻의 가쿠레 크리스챤의 처지가 되어 숨어 살게 되었다.



성직자도 없는 처지에서 겪어야 했던 이런 박해 시절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일본 신자들은 불교도를 가장해서 도자기등으로 불상을 만들어 집에 모시고 신앙생활을 했다. 앞면은 관세음 보살상이나 뒷면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님의 모습을 새겨 기도할 때 모시면서 신앙을 이어왔으니 일본 신자들에게 있어 성모 신심은 어느 지역 보다 더 열렬하고 신앙의 구심점이 되었다.

메이지 시대 개항 이후 외국인에 한해 신앙 활동이 허가되자 프랑스 선교사들이 나가사키에 오우라 성당을 세워 전교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프랑스 선교사들은 일본 신자들은 모두 순교했다는 가정하에 새로운 마음으로 선교했다. 그런데 어느날 일군의 가쿠레 기리시단들이 나타나서 성당에 모셔진 성모상을 보고 경배하면서 자기들도 크리스챤이란 고백을 하자 선교사들은 너무 놀라 교황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오랫 동안 성직자가 없이 자기들만으로 신앙을 지킨 이들의 발견은 교황청에서도 기적으로 여길 만큼 세계적으로 유래를 발견하기 어려운 감동적인 기적이 되었다. 이들을 만난 서양 선교사들은 이것을 기적으로 여기게 되었고 일본 교회는 로마를 위시해서 유럽 교회 전체에 대단한 감동을 주는 교회가 되었다.



이런 교회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혹독한 박해를 견딘 일본 가톨릭 신자들의 성모 신심이나 성모자 신심은 자기들의 순교적 처지에서 신앙을 지킨 삶과 직결되었기에 성모자상 자체가 십자가처럼 일본 가톨릭 신앙의 심볼 마크로 인식되었다.



작가는 가톨릭 신자로 바로 이런 신앙의 바탕을 일본적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남겼다. 우리는 보통 토착적인 성화라고 할 때 한복에 족두리, 일본이라면 기모노 차림의 성모상을 생각하기 쉬우나 작가는 긴 박해를 견딘 일본 신자들의 신앙 바탕을  일본적인 전통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서 새로운 감동을 주게 되었다.



작가는 일본 탐마(Tamma) 예술학교의 명예 교수로서 활악하면서 여러 편의 성화를 제작했는데 위에 언급한 대로 일본 교회사에서 정착된 성모자에 연관된 많은 상징들을 신앙의 차원에서 표현해서 일본 교회 미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이 성화는 세 폭으로 되어 평소에는 접어 두었다가 기도를 위해서 펴는 중세 성화의 형태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 신자들에게 중요한 기도의 도구의 모습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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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성모님의 품에 안겨
  앞을 바라보시는 아기 예수님의 구도는 중세 성화와 너무 어울리는 평범한 것이다.



그런데 성모님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의 모습은 전통적인 기법과 달리 대범하다. 전통적인 성모자상에서 이런 작품에서의 아기 예수의 모습은 철저히 어머니의 보호를 받은 아기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나 여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예수님의 발은 아기 예수의 발이라고 보기엔 너무 크고 튼튼한 발이며 아들을 안고 계신 성모님의 손 역시 아들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도 대단한 것을 보이는 듯 듬찍한 팔의 모습이시다.

이것은 오랜 기간의 박해로 양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일본 교회의 영적 현실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프란치스 하비에르가 선교할 당시만 해도 일본에는 많은 세례자들이 있었으나 혹독한 박해로 인해 신자들을 거의 멸종의 수준으로 평가되었으나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종교자유를 얻었을 때 이어진 혹독한 박해에서 살아 남은 일본 신자들이 나타나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그후 나가사키에는 일본 신자들의 대종이 살고 있었다.



헌대 1945년 원폭 투하 지점이 바로 나가사키에 있는 우라카미 성당이어서 근처에 살던 많은 교우들이 사망하자 교세 성장의 발목이 묶이면서 일본의 교세는 더 없이 미약하게 되었다.



오늘날 일본의 교세는 0.5% 미만이라는 참으로 이해가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순교로 성공한 나라의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 교회의 성공하지 못한 것 같은 이런 열세에서 복음의 또 다른 면 즉 예수님 십자가의 역설적인 면을 읽을 줄 알아야 하며 바로 순교로 승리한 우리와 전혀 다른 일본 교회의 현실에서 우리는 자만자족하기 쉬운 우리 교회의 실상과 부족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열심해서 이런 성공을 거둔 것 같은 자만심에 빠질 수 있는데 이것은 십자가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으신 예수님의 삶의 모습을 가릴 수 있는 자기도취의 삶이 되기 쉬운 것이다.



작가는 비단에 재료를 접착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으며 수제 처리로 완성했다. 성모님의 망토 역시 하느님이 만드신 우주의 상징으로 푸른 빛을 사용했으며 황금빛 십자가는 별의 상징이기도 하다.



즉 그토록 길고 혹독한 박해를 겪은 일본 교회는 많은 십자가의 고통과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실패를 겪어야 했지만 이것은 언젠가 별로서 다시 떠오를 것이란 희망의 상징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주를 비추는 빛으로서의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날이 있을 것이란 희망의 멧세이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오늘날 열세에 있는 일본 교회가 기적적인 활기를 띌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심원한 복음적 성공의 새로운 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역사를 통해 드러나는 일본 교회의 애절하면서도 자랑스러운 현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복음적인 성공과 실패가 무었인지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을 믿지만 인간이 모여 만든 조직이기에 신앙에 대한 깊은 사색이 없으면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있는 인간 조직의 한 방편으로 변질하기 쉽다.



이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일본 교회사라는 특수하고 구체적인 역사안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수준높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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