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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솔리노.jpg

제목 아담과 이브의 유혹 (1424- 1425)

작가 마솔리노 (Masolino da panicale: 1383- 1447)

크기 프레스코: 208X 88cm

소재지 이태리 피렌체 브란카지(Brancacci) 경당 


작가는 이태리 파니칼레 출신으로 젊은 시절 피렌체 대성당 세례당의 청동문 제작으로 명성을 떨치던 로렌죠 기베르티의 문하에 들어가 기량을 익히면서 피렌체에서는 물론 로마에까지 작품을 남길 만큼 작가로서의 탁월한 경지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창세기 2-3장에 나타나고 있는 낙원에서의 일화를 전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천지창조의 마지막 작품으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당신이 만든 아름다운 세상을 맡기시면서 모든 것들을 다 사용해도 좋지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창세2:17) 는 부탁만 하셨는데, 뱀의 유혹에 빠져 이브가 열매를 따서 아담과 나누어 먹음으로서, 하느님의 진노를 사게 되고 낙원에서 추방되는 신세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는 알몸으로 서 있다.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 중에 가장 걸작은 바로 인간임을 이 작품은 알몸으로 서 있는 이들의 완벽한 균형의 신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사랑의 힘과 열정을 지닌 남성의 상징처럼 아담의 몸은 약간 붉은 색을 띄고 있는 반면, 이브의 밝은 빛깔의 몸은 여성의 아름다움인 순결을 상징하고 있다이들은 비록 성인이나 죄에 물들지 않는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 이들의 몸에는 체모가 없다. 한마디로 관능적인 분위기가 완벽히 배제된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성장이라는 자연적인 삶의 과정에서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부정적인 삶으로 인도하는 죄에 빠지게 된다는 관념에서 이들은 자유로운 모습이다한마디로 이들의 모습은 실낙원의 불행의 징조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둘이 어린이가 아닌 성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지성으로 자기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낙원에서의 행복한 모습에 하느님의 뜻을 저버림으로 파생할 불행이라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바로 이브가 붙들고 있는 나무 줄기를 감고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뱀이다. 배경 색깔 역시 낙원으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두움은 이들 미래에 닥칠 불행을 예시하고 있다.

 

마솔리노(뱀).jpg


창세기에 첫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것은 뱀으로 되어있어, 그렇지 않아도 그 형상으로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는 뱀은 인간 사회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혐오 대상의 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구약 성서에는 뱀의 성정의 기본을 간교한 것으로 보며 (창세기 3: 1)여기에다 혀를 두 개 가진 것을 연관시켜 순결했던 이브를 죄로 유인한 원흉으로 표현하고 있다.

 

더욱이 순박한 크리스챤들에게 뱀이란 창세기의 표현대로 그 형상의 혐오스러움 못지않게 인간을 악의 파멸로 유인하는 원수로 인식되면서 인간이 극복하고 피해야 할 악의 상징으로 정착되었다그래서 어떤 근본주의 개신교파에서는 뱀을 악의 근원으로 확대 해석 해서 뱀을 때려죽이는 것이 바로 세상의 악을 제거하는 공로가 된다는 황당스러운 교리까지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뱀의 상징은 시대를 흐르면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짚트를 탈출해서 약속의 땅을 향해 광야를 나아갈 때 광야의 고통을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과 모세를 거슬러 이렇게 대들었다.

 

어쩌자고 우리를 에집트에서 데려내 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이제 이 거친 음식은 진저리가 납니다.”(민수 21:5) 라고 원망하자 하느님께서 그들의 배은망덕을 꾸짖기 위해 불 뱀을 보내 이스라엘 사람들을 물어 죽게 만드셨다.


다급해진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들의 죄를 뉘우치면서 뱀이 물러나도록 하느님께 기도하자하느님께서는 모세를 시켜 구리 뱀을 만들어 이것을 장대에 달아 놓고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뱀의 독에서부터 치유되도록 했다는 내용이 있다.(민수기 21: 4- 9)

 

이것이 신약에 와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상징으로 변했다. 이처럼 성서에서 뱀은 선과 악의 서로 반대되는 상징성을 수용하고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 같이 양순해야 한다”(마태오 10: 16) 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작가는 인간을 유혹하는 뱀의 흉물스러움이나 악성 보다 유혹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감미로움이라는 함정을 보여줌으로서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인간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의 교훈을 전하고자 했다.


뱀의 모습이 본래처럼 징그럽고 흉물스러운 것이라면 유혹을 피하기가 너무도 쉬울 것이나, 그렇지 않고 유혹에는 달콤함이란 꿀이 담겨 있다는 교훈을 전하기 위해 뱀의 형상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의인화시켰다.

 

한마디로 악의 유혹에 대한 두려움 보다, 악의 유혹은 강렬한 달콤함이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적 의미를 주고 있다.

 

성서는 아담과 이브의 유혹의 굴복에서 죄의 원천을 찾아 교회는 원죄를 인정하고 있다. 동양에서 맹자는 성선설을, 순자(荀子)는 성악설을 주장했는데, 크리스챤의 원죄 교리와는 차이가 있지만 인간에게 죄는 그림자와 같이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알리고 있다.

 

크리스챤들은 구원을 바로 죄의 뉘우침을 통한 회개에서 찾기에 죄의 문제는 크리스챤 영성의 피할 수 없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간단한 구도 안에 다음 성서 구절을 연상시키면서 심원한 생각으로 관객을 인도하고 있다.

 

 

내 아들아, 죄인들이 너를 유혹하여도 따라가지 마라.” (잠언 1:10)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히브리서 :2:18)

 

작가의 활동 시기는 인간성의 가치를 강조하던 르네상스 시기였기에 과거 교회에 의해 가려졌던 많은 인간적인 것들이 벗겨짐으로 육체와 관능에 대한 유혹 역시 상대적으로 분별력을 상실한 상태가 될 수 있었다이런 시기에 작가는 당시 사람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성과 육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이 작품은 산타 마리아 카르미네(Santa Maria della Carmine)라는 가르멜 수도원 성당 안에 속한 경당에 당시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으로 이집트 대사를 역임했던 브란쿠시(Brancucci)라는 신심 깊은 신자의 봉헌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경당에 작가는 자기보다 18세 아래인 마사치오(Masaccio)를 기용해서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마사치오는 "낙원에서 추방"이라는 작품을 제작함으로서 원조들의 나체 표현으로 서로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대결의 장을 만들었다.

 

이 작품 역시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교회 정화를 목표로 시작된 반종교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처럼 무화과나무 잎으로 두 사람을 가리는 수모(?)를 겪다가 1990년도에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에 무화과 잎의 팬티를 벗기고 옛날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성서의 육체는 이 작품 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이기에 구약의 많은 부분에서 남녀의 육체적 사랑 뿐 아니라 ,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도 에로틱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구약의 아가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육체와 관능에 대한  오늘 교회가 지닌 성에 대한 조심성과 폐쇄성과 전혀 다른 밝은 육체와 관능의 예찬이  나타나고 있다.

 

 아, 제발 그이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 !

당신의 사랑은 포도주 보다 더 달콤하답니다.(아가 1: 2)  

 

안타깝게도 초세기 교회는 성서의 이런 면 보다 플라톤 철학을 받아들이면서 육체를 영혼의 감옥으로 여기며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선 육체를 억압해야 한다는 비성서적인 영성을 개발해서 신자들에게 주입했다

 

다행이 교황 요한 바울로 2세께서 "몸의 신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발해서 오늘 교회가 가르치고 있지만 너무 이해가 어려워서 오히려 육체의 가치성을 완벽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을 느끼는 현실에서  , 작가를 위시해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이면에서 과감히 성서적인 표현으로 인간의 육체를 표현했다는 면에서 신학자가 표현하지 못한 성서의 진리를 표현한 예언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교회의 자신의 순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무엇을 숨기고 감추어야 한다는 편협하고 위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 작품의 복원은 이런 면에서 교회가 보여야 할 진면모를 보였다는 면에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마솔리노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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