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갈릴레아 호숫가의 예수 (1575)
작가: 야고보 틴또레토 (Jacopo Tintoretto: 1518-1594)
크기: 켄버스 유채 117 X 169.2cm
소재지: 미국 워싱턴 국립 미술관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인 부활 신앙은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오늘도 죽음 없는 생명으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신다는 것이다. 성서의 여러 곳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셔서 제자들을 가르치시고 함께 식사를 하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여러 발현 사화 중 감동적인 것인 요한 복음 21장 4-7절의 내용이다.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예들아, 무엇을 좀 잡았느냐? 하시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요한 21: 4-7)
작가는 르네상스 예술이 꽃피던 베네치아 출신으로 형식에 매임이 없는 대담하고 독창적인 화법을 창출한 것으로 유명하며 대단한 상상력을 구사해서 개성 있는 작품을 남겼다. 또한 종교적 주제로 그린 작품은 피상적 접근이 아닌 그의 개인적 신앙체험을 표현하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게 특징이며, 이 작품 역시 단순히 성서의 내용을 회화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신앙 체험이 여과된 나름대로의 복음 선포를 하고 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작가의 작품은 대단한 독창성을 띄고 있었으며 스페인의 엘 그레꼬가 방문해서 그의 작품에 깊이 감동하면서 그레꼬 특유의 고유한 작풍을 창출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러 번 사람들에게 나타나셨는데, 그중에 하나가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이다. 갈릴래아는 주님께서 생애 대부분을 보내시며 복음을 선포하시던 선교의 현장이었으며 제자들 역시 출신 고향임과 동시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곳이다.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을 동행하면서 복음을 전하기도 하다가, 또 삶의 현장에 돌아와 평생에 천직인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그러기에 제자들에게 있어 갈릴레아는 삶의 현장이면서 또한 주님을 만난 신앙의 현장이었다. 주님께서는 이런 삶의 현장에 부활하신 모습으로 나타나셨으나 삶에 골몰하노라 신앙의 눈이 열리지 않는 제자들은 주님이심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주님의 모습은 보통 신성의 표현인 후광조차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기에 하느님의 아들이시기 보다 삶의 현장에 가장 깊숙이 계신 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여기에서의 주님은 전능한 신성의 모습의 존재, 즉 유한한 존재인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그런 존재의 하느님이 아니라 너무도 인간을 닮은 인간 모습의 하느님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바다에 떠 있는 배에 탄 제자들과 비겨 보면 원근법적인 표현도 있지만 제자들에 비겨 엄청나게 큰 모습으로 부각시킨 것은 바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모두 당신 품으로 끌어들여 자녀를 삼을 수 있는 주님 부성의 표현이다.
배에서 뛰어내려 주님께 달려오는 베드로를 마치 진공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자기 품으로 받아 들여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주님 사랑의 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성서에서 베드로는 그날 고기를 한마디로 잡지 못할 만큼 악운의 날이었는데, 주님의 분부대로 다시 시작해서 어느 때 보다 많은 고기를 잡았다는 것을 전하고 있는데, 이 배는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암시하고 있다. 거센 바람이 부는 듯 돛이 형편없이 휘어져 있고, 낮은 구름이 잔뜩 깔려있는 바다에 세찬 파도가 일고 있으니,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싸인 형상이다.
작가는 만신창이가 된 절망의 처지에서 주님의 분부를 따라 새로 그물을 던짐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고기를 잡은 베드로를 보이면서, 주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될 것이 없는 인생살이기에 항상 주님께 의탁하며 살아야 하고, 또 예기치 못한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당했을 때 실망치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성서 여러 부분에 갈릴래아에서 선교하시던 예수님께서 물위를 걷는 기적을 하신 내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때 제자들은 심한 풍랑과 파도에 시달리면서 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 주님께서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라"(마태 14: 27)하시는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이 있다.
몇 명의 동료와 고기를 잡던 베드로가 물가에 서 계시는 분이 주님이심을 알았을 때 너무 감격해서 급한 대로 알몸을 가리고 주님께로 오기 위해 물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물가에 서 계신 큰 모습의 주님에 비해 베드로의 모습은 너무도 왜소해서 아이처럼 보이게 만들면서 제자와 스승의 관계를 표시하고 있다.
주님의 분부대로 그물을 던지자 예상치 못했던 악재를 내딛고 많은 고기를 잡은 베드로가 물가에 서계신 분이 주님인 줄 알자 너무도 반가움에 어린이처럼 경황없는 모습으로 배에서 벗어나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베드로는 크리스챤 삶의 주제인 회개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델이다. 그는 주님으로부터 교회 최고 지도자로 임명되었으나 그는 갈릴래아 바다의 여느 어부들처럼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약점도 많은 인간이었다.
그는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주님의 질문에 주님을,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고백했을 때 주님께서 그의 믿음을 칭찬하시고, 그를 새로 시작되는 교회의 으뜸으로 임명하시며 그에게 반석이란 이름도 주셨다.
그는 신앙안에서 최고의 영광을 주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그가, 주님 십자가의 역설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사탄이란 꾸중도 들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마태 16: 14-20)
작가는 이런 베드로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해서 주님을 만난 기쁨에 들뜬 어린이처럼 그렸는데, 작가의 매임이 없는 개성적인 표현과 상상력의 소산이다.
성서 기자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갈릴래아의 선교 여정 중 바다에서 여러 번 풍랑에 시달렸던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 세상살이도 힘들지만 주님을 따르는 삶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려던 제자들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 24)
주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주님을 따르고 싶으면서도 약한 심성으로 유혹에 빠져 다른 곳에 눈길을 두거나, 주님이 원치 않는 곳으로 가다가 뉘우치며 다시 돌아오는게 우리들의 삶이다.
풍랑이 심한 바다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빈손이 되어야 하는 허탈한 순간에 주님이 나타나셔서 새로운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셔서 빈 배가 만선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것을 믿기에 힘겨운 인생 여정에서도 주님의 도우심을 믿으며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나아갈 수 있음이 바로 신앙이다. 파도치는 바다가 우리 삶의 현장이라면 주님을 만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리는 베드로는 하느님을 향하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함을 작가는 전하고 있다.
반석이라는 칭찬과 사탄이라는 꾸지람을 번갈아 들어야 할 만큼 여러 면에서 부족하면서도 다시 뉘우치며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베드로를 주님은 당신 후계자로 삼으시고 제자직의 모델로 제시하셨다.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베드로의 무덤위에 세워진 베드로 대성당에는 피렌체 작가 아르노포 디 캄비오(Arnorfo di Cambio: 1245-1302)의 작품인 베드로 사도의 좌상이 있는데, 성당을 찾는 많은 순례자들이 그의 발가락을 만지며 기도한 탓에 발가락은 이미 없어졌다.
이 없어진 발가락은 순례자들의 가슴에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주님을 만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베드로의 혼으로 남아 있다.
너무도 웅장하고 대단해서 하느님의 영광 보다 인간의 위대함에 더 빠지기 쉬운 베드로 성당에 있는 베드로의 동상은 이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베드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으며 다음 성경구절을 생각하게 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마태 16: 18)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2코린 4: 7-8)
베드로 대성당에 모셔진 성 베드로의 좌상, 바티칸으로 표현되는 교황의 위상을 바로 정확히 알기 위해선 갈릴래아 해변의 어부로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 작품속의 성 베드로의 이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귀전에 자장가처럼 들려주는 주님 왜 그렇게 믿음이 없느냐.....
두 아이 모두 합격했단 기쁜 소식을 들은 기쁜 날이지요...^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