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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17:15

삼손과 들릴라

조회 수 9206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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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제목 : 삼손과 들릴라 (1609)
작가 :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 1577-1640)
크기 : 페널화 185 X 205cm
소재지 : 영국 런던 국립 미술관


어느 언론사가 주최하는 르느와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여성 취향이긴 해도 삶의 우아하고 행복한 모습을 그렸기에 어려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 것 같은 생각을 하기 쉬우나, 작가의 생애는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나 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 그림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예술 인생은 거친 시련의 연속이었으나, 그 어려움 속에서도 작가는 찌들리지 않고 세상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작은 행복과 즐거움들을 화폭에 주어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큰 아름다움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즉 작가의 아름다움은 그의 고통스러운 인생에서 영글어진 진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과 전혀 다른 작가의 생애가 있는데 바로 루벤스이다. 그는 여러 면에서 자기의 자질과 능력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시대를 만난 한마디로 행운아였다.

원래 가톨릭 신자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개신교도가 됨으로서 박해를 피하기 위해 독일로 피신했다. 불운의 시작처럼 보이는 그의 삶은 새로운 행운이 끝없이 줄을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그는 이태리로 가서 당시 농염한 경지에 이른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의 르네상스 예술과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같은 거장의 기법을 익힌 후 바로크 작가로서의 시적 감동과 불타는 생명의 기쁨과 환희를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을 창출했다.

그는 예술적 기질 못지않게 대단한 지성과 여러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대화할 수 있었기에, 예술을 통해 알게 된 왕가의 부탁으로 당시 복잡한 유럽 정치판에 필요한 외교관 역할까지 잘 해내어,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대단한 성공적인 행운의 삶을 살았다.

그는 당시로서는 좀 희귀한 2m 이상의 대작(大作)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으며 이런 것들을 다작(多作)으로 남길 만큼 유럽 전체에 명성을 떨치면서, 생전에 이미 대단한 인정을 받으며 살았다.

The Korean Man(Rubens).jpg

오늘날까지 그 제작 동기가 불분명해서 아직 연구대상이긴 하지만 의관을 정제한 조선왕조 때의 선비 차림인 "한국인"(1617년) 이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1621년부터 그의 인생은 중년이 되면서 최고의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여러 왕가나 교회의 부탁으로 남긴 작품이 대단한 인기를 끌면서, 그의 제자가 되고픈 젊은이들 100여명이 줄을 서고 기다릴 만큼 그의 인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행운의 작가가 되었다.

인생의 중반기에 아내를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4년 후 1630년 16세의 예쁘고 생기발랄한 처녀(소녀)와 결혼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청춘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 사랑스러운 아내는 그의 말년 인생을 즐겁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그의 인생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많은 작품의 모델이 되기도 했으며 그중에 대표가 <모피를 두른 여인>이다.

삼손과 드릴라-1.jpg

이 작품은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이스라엘 영웅의 생애 중요 순간을 그린 것이다. 판관기 13장부터 시작되는 삼손 사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들릴라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을 배반함으로 시작되는 삼손의 비참한 종말 부분이다.

삼손의 삶은 참으로 파란만장하였다. 요즘 수도신분과 비슷한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나지르(Nazirite)가 됨으로 어느 장사도 당할 수 없는 큰 힘을 얻게 되어 당시 이스라엘과 힘겨루기를 하던 필리스테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힘의 유지 비결은 머리를 깍지 않는 것이었다.

삼손 때문에 이스라엘만은 지배할 수 없었던 불레셋인들은 미인계를 써서 들릴라라는 불레셋 여인을 이용해 삼손 힘의 비밀을 알아내어 삼손 힘의 비결인 머리털을 깎음으로 힘이 빠진 삼손을 사로잡아 모욕을 줌으로 복수했다는 내용이다.

이 장면은 성서의 다음 구절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삼손은 마침내 속을 다 털어놓고 말았다. ...들릴라는 삼손이 속을 다 털어놓는 것을 보고 불레셋 추장들을 불렀다. ...들릴라는 삼손을 무릎에 뉘어 재우고는 사람을 불러 그의 머리 일곱가락을 자르게 하였다. 그러자 삼손은 맥이 빠져 힘없는 사람이 되었다.”(판관기 16:17-20)

이 작품은 작가가 로마에서 귀국한 직후의 작품이기에 그가 이태리에서 심취했던 르네상스의 화려함이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로마에서 익힌 미켈란젤로의 기법을 사용해서 육체성에 대단한 강조를 두었다.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육체 특히 남성의 육체성을 희랍 예술에서 도입해서 과거와 다른 모습의 종교성을 표현했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에서 주님의 모습을 희랍조각에 나오는 균형잡힌 몸매의 젊은이로 표현한 것처럼 작가 역시 성서 등장인물의 육체성을 표현함으로서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4명의 등장 인물가운데 주인공인 삼손과 들릴라가 유난히 밝은 빛에 싸여 있다. 들릴라가 드러낸 풍만한 젖가슴과 붉은 색깔의 옷은 그녀의 빨려 들어가는 듯한 관능의 매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육체는 하느님의 작품이면서 남성을 죄로 유인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데, 여기에서는 들릴라를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인간을 유혹에 빠트린 관능의 화신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거 종교화에 드러나는 이런 여인의 모습이라면 육체의 허망감과 더불어 참회를 강조하던 모습이 대종이었는데 여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직도 자신의 교태로 막강한 힘을 지닌 한 남자를 쓰러뜨린 승리의 여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뇌살적인 관능의 모습으로 어린이처럼 자기 가슴에 엎드린 삼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그는 사랑의 대상이 아닌 자기 민족의 원수인 삼손을 꺾었다는 민족적 자부심과 함께 자기가 지닌 관능의 힘으로서 대단한 장수를 꺾었다는 묘한 기쁨에 도취되어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황진이의 일생에서 그의 재색(才色)으로 30년 면벽 수도하던 지족선사(知族禪士)를 파계시킨 일화가 있으나, 이 작품에서는 황진이의 낭만 보다는 육체의 기본인 강렬한 관능의 위력을 표현하고 있다.

삼손은 방금 사랑의 행위로 욕망을 한껏 분출한 사나이의 평화로우면서도 허탈한 모습이다.

성서의 내용을 주제로 한 성화로 생각하기엔 너무 푸줏간 고기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이 작품은 교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단한 심미안을 지닌 당시 엔드워프(Antwerp) 시장이며, 작가의 좋은 후원자였던 니콜라스(Nicolaas)의 부탁으로 그의 거실 벽난로 장식을 위해 제작되었다.

그러기에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성화이면서도 부차적으로 눈요기적인 차원을 강조하게 되었으며, 이 관능의 모델과 같은 작품을 이글거리며 타는 벽난로 앞에서 감상한다면 세속성이 강하긴 해도 주문자의 심미안을 짐작할 수 있다.

요부 들릴라는 자신가 풍기는 뇌살적인 관능의 수렁에 깊이 빠져 꿀같이 달콤한 시간을 보낸 후 시체같이 늘어져 있는 삼손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 가위질을 하는 이발사의 가위를 응시하면서 묘한 승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기 미모의 위력으로 민족적 원수를 갚았다는 승리감이다.

하느님의 은혜로 엄청난 힘을 지녔던 삼손은 이방인 여자 들릴라의 유혹에 빠졌기에 나무토막처럼 무능한 처지로 돌아갈 것을 예견이나 하듯 힘없이 늘어진 모습에다 그의 육체는 이미 생기를 잃고 있다.

생기 없는 그의 몸빛과 대조적으로 그가 엎드리고 있는 들릴라의 핏빛 치마폭은 그를 유혹했던 관능의 기억과 함께 그가 앞으로 져야 할 비참한 노예살이의 슬픔과 수모를 암시하고 있다.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관능의 유혹을 조심하라는 수많은 권고는 그만두고 불교 초기 경전인 수타니파아타에도 나타나고 있는 다음 구절을 생각게 한다. "수행자(修行者)가 쾌락을 탐하는 것은 면돗날에 묻은 꿀을 핧기 위해 혀를 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그 뒤에 있는 노파는 성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 형상으로 보아 사창가를 운영하는 뚜쟁이의 모습이다. 작가는 기발한 착상을 발휘해서 성서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는 이 장소를 사창가로 설정함으로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부채질함과 동시에 하느님을 배반한 한 인간의 참담한 현실을 더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즉 하느님께 모든 것을 바치며 순결하게 살겠노라 약속한 수도자가 유혹에 빠져 사창가의 창녀와 놀아난 끝장난 모습이다. 사창가라는 장소 설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성(聖)이 속(俗)으로 추락하는 위험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손과 드릴라-2.jpg

작가는 관객들에게 교훈적인 매시지 전달 못지않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대단한 자질이 있었기에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머리가 잘라져 힘이 빠진 삼손의 눈을 뽑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필리스틴 군인들의 시선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관능의 유혹에 빠져 곧 눈알을 뽑힐 불구자 로서 비참한 인생을 시작할 삼손에게로 인도하고 있다.

횃불을 들고 있는 군인들이 보이면서 이 횃불을 통해 작은 빛에서 큰 빛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관객들을 가슴에 밝은 빛을 받으며 관능적 냄새를 한껏 풍기는 들릴라에게로 인도하고 있다.

작가는 남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들릴라에게 눈길을 주는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그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지 말고 여자들과 동석하지 말라. 좀은 옷에서 나오듯 여자의 악은 여자에게서 나온다"(집회서 42: 12)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 경고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거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귀한 교훈이다.

삼손과 드릴라-3.jpg

사창가의 뚜쟁이와 관능에 눈이 멀어 타락함으로서 하느님의 품에서 벗어나 힘없는 고깃덩어리가 된 삼손과 언젠가 시들 미모이긴 해도 젊을 동안은 대단한 유혹의 마력을 지닌 들릴라가 삼각구도를 이루고 있는 위 벽감엔 성서에 나타나지 않는 로마 신화 사랑의 화신인 비너스와 큐피트가 있다.

큐피트(Cupid)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의 아들로서 활과 화살통을 지닌 어린 아이로 나타나며 이 화살을 맞은 사람은 사랑의 열병에 걸리게 된다는 사랑의 신이다.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와 그 아들 큐피트를 등장시킴으로 성서적 내용과는 어울리는 않는 활활타는 벽난로의 상징처럼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들릴라를 비스듬히 기울인 머리로서 사랑의 화신인 비너스와 연결시키고 있다.

작가는 성서적 내용을 성당이나 수도원이 아닌 심미안을 지닌 귀족의 벽난로와 연결시켜 제작함으로서 관람객들에게 교회 미술을 세상 안으로 끌어내었다는 면과 함께 성서적 주제가 인간적 즐거움도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

작가의 성속을 종횡무진 왕복하는 의도와 무관하게 이 작품은 성서적인 결론으로 관람객을 인도하고 있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라. 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지당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좋든 나쁘든 감추어진 온갖 것에 대하여 모든 행동을 심판하신다." (코헬 1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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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에디따 2012.03.31 15:33:33
    요즘 일을 다니기 시작했는데요...몸은 좀 고단하지만 좋아요.^^
    오늘 첫월급 탔어요. 하느님께 감사헌금 드려야겠어요.
    감사히 옮겨갈께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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