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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성 안토니오의 유혹)

작가 :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ch: 1450- 1516)

크기: 목판 유채 131.5X 119cm

소재지: 포르투갈 리스본 고전 미술관

 

세상에 뜻있는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하는 현실이 되었다. 종교는 인간 삶을 지키는 등대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종교가 비대해지면서 오히려 세상의 악습과 폐습을 교묘히 포장해서 자기  부패를 숨겨오다가 이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뜻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과 경악을 심어주고 있다.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는 종교개혁이 태동하던 시기여서 교회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당시 부패한 성직자 수도자들과 대조적으로 복음의 순수함을 살고픈 사람들이 만든 형제단에 속했던 의식 있는 크리스챤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기괴한 표현의 작품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한데 교회 부패를 고발하면서 종교의 정화에 기여하고픈 열망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은  종교적 주제의 작품을 제작할 때 성서의 내용을 전하거나 자기의 신앙체험을 곁들이는 것이 보통인데, 작가는 고발의 성격을 지닌 표현을  했다. 파블로 피카소가 프랑코 독재 정권하에서 저질러진 무고한 시민들의 살해를 게르니카라는 작품으로 고발하여 독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의 확산에 기여한 것처럼, 작가 역시 예술을 통한 교회의 부패 고발로 교회를 정화시키고자 서방 수도생활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성 안토니오 아빠스의 일화를 사용했다.

 

이집트의 성 안토니오 (251- 356)는 서방 수도생활의 원조로 알려진 성인이시다. 성인은 부유한 그리스도교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20살에 부모님을 잃고 새 인생의 출발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성당에서 읽은 다음 성경 구절에 마음이 끌렸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마태 19, 21)

 

우직한 성품의 성인은 즉시 집으로 돌아가 부모로부터 받은 방대한 토지를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하나뿐인 여동생은 이웃 동정녀들에게 맡기고 사막으로 나가 독수생활을 했다.

 

성인 당시의 교회 역시  부패의 냄새가 슬슬 주위로 퍼지던 시대였다.

순교를 각오한 박해의 삶에서 지키던 순수성이 종교 자유로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유입되면서 점차 상실되던 시기였다.이런 현실에서  세속화되고 있는 교회를 떠나 순수한 복음집단으로서의 대조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뜻있는 사람들에게 생겼으며 성인 역시 이런 열망으로 새로운 수도 생활을 시작했다.

 

성인은 끊임없이 기도하고 노동하라는 성서 말씀을 따라, 기도 안에서 노동에 투신함으로써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성서의 핵심을 삶으로 실천했기에  세속화를 향한 급격한 변화를 하고 있던 당시 사회 전체에 많은 감동과 영향을 주게 되었다.

 

작가는 여기에서 성인이 마귀로부터 숱한 유혹을 당하는 장면들을 그리고 있는데, 다양한 모습의 마귀와 기묘한 인간상이  화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하면서  멋진 예술작품이 되었다.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요소들은 현대적 사고방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 과감한 전위적인 표현들이다. 

 

사실주의가 지배적이었던 작가의 시대에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표현들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초현실주의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작가는 시대를 앞섰던 초현실주의 작가였다.

 

초현실주의는 과거 예술이 지나치게 질서와 형식을 강조함으로서 소홀히 했던 창의성을 계발하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작가는 이런 면에서 예언적 성격을 띠는 전위작가로 볼 수 있다.

 

  십자가.jpg

 

화재로 불에 탄 탑 안에 놓인 십자가 곁에 예수님이 서 계신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축복의 손길을 보이고 계시나 사람들은 전혀 여기에 무관심하기에 십자가와 예수님만 계시는 쓸쓸함이 느껴지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예수님의 존재성은 입으로는 회자되고 있으나 , 실제로는 무관심과 배척의 상태에 있음을 알리고 있다.

 

마치 토스토엡스키의 소설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에서, 수도자들이 자기들을 찾아온 예수님의 존재성이 너무 부담스러우니 좀 떠나달라고 청하는 내용을 연상시킨다. 교회 안에서도  이미 예수는 배척과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허영심 많은 여자.png

  

오직 하느님만을 찾기 위해 사막에서 기도하고 있는 안토니오는 너무도 많은 유혹을 겪으셨는데, 그중에 중요한 것이 바로 성인을  타락으로 인도하고 자 하는 여인들이었는데,   이들은  안토니오를 유혹하기 위해 등장한 여자들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여자들을 요염하거나 관능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추녀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다. 착한 사람을 유혹해서 죄로 빠트리고자 하는 존재는 그가 어떤 존재이든 더 없이 추한 존재라는 실상을  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보석으로 덕지덕지 몸을 감싸고 있지만 너무도 괴상하게 보이도록 표현하면서 그들의 추한 인생을 드러내고 있다.

 

돌팔이 중.png


 생선이 썩을 때 머리부터 썩는다.”라는 속담처럼 부패한 사회의 가장 추한 면은 종교의 부패에서 드러난다. 여기는 돌팔이 수도자가 기도하는 모습에서 부패의 악취를 맡을 수 있다.

수도자는 교회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회를 상쾌하게 만드는 산소와 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당시 수도자들의 현실이 이런 것과 거리가 먼 상태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수도자의 기도하는 모습에서 정성이나 경건한 모습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시세 표현으로 염불 보다 제삿밥에 더 눈독을 들이는탐욕의 화신처럼 보인다.

 

그 옆에 깔때기를 뒤집어 쓴 괴물이 수도자의 귀에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데, 도무지 하느님의 뜻을 음식으로 여기며 살아야 하는 수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그런 모습이이서 교회의 처절한 부패상을 상징하고 있다.

 

  수도자-여자.png

 

  성인 주위에 호화로운 복장의 여인이 가난한 수녀에게 먹을 것을 건네고 있다. 그런데 이 여인의 선행은 진정이 결여된 과시성의 것이다. 이 여인은 교회 안에서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처지이기에, 자신의 선행을 과시하기 위해 성인의 주위에서 보라는 듯 먹을 것을 건네고 있다. 이것은 성서의 다음 말씀을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마태 6, 2)

 

안토니오 성인은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는 예수님을 향하고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바라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성인은 세상이 모두 타락하고 하느님을 떠나 비참한 상태가 되었지만 결코 부화뇌동하지 말고 하느님 안에서 희망과 위안을 찾을 것을 알리고 있다.

 

작가는 시편 저자의 다음 말씀을 성인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사악한 자 때문에 애태우지 말라, 행실 나쁜 자들을 시새우지도 말라

풀처럼 그들이 어느덧 말라지고, 새파란 풀과 같이 시들어 버리리라

주님만 바라고 너는 선을 하라, 네 땅에 살면서 태평을 누리리라

네 즐거움일랑 주님께 두라, 네 마음이 구하는 바를 당신의 주시리라

네 앞길 주께 맡기고 그를 믿어라, 몸소 당신이 해주시리라 .“ (시편 36 : 1- 2)

 

성인은 하느님을 멀리하고 죄에 빠진 삶을 살아가는 시대에 절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가지라는 교훈을 주고자 한다. 세상이 어려운 순간에 사람들은 말세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되나, 작가는 자신이 머물던 시대, 타락한 교회가 보이던 실망스러운 모습에서도 결코 실망할 필요가 없음을 전하고자 한다.

 

경건한 신앙인으로서 교회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마음 아파했던 작가는 여기에서 헤어날 수 있는 처방으로 성 안토니오가 바라보고 있는 예수님을 향하라고 초대하고 있다.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그분께서는 당신 앞에 놓인 기쁨을 내다보시면서,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견디어 내시어, 하느님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죄인들의 그러한 적대 행위를 견디어 내신 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낙심하여 지쳐 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히브리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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