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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Jacopo_Tintoretto_021.jpg

제목 :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Crocifissione di Gesu Cristo : 1565)

작가 : 야고보 틴토레토 (Tintoretto : 1518 - 1594)

크기 : 캔버스 유채 (518 X 1224cm)

소재지: 이태리 베네치아 스쿠올라 디 산 로코 (Scuola di San Rocco)

 

   갯벌에 세워진 도시이기에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열악한 갯벌이라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해야 했던 베네치아 사람들은 물질적인 유복함뿐만 아니라 정신문화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많이 갖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스쿠올라(Scuola)라는 자선 단체였다.

 

   중세 유럽엔 형제단(Confraternity)라는 신심 단체가 있어 애덕 활동도 많이 했으나, 베네치아의 스쿠올라는 그 수준이 좀 더 현실적 요청으로 심화된 것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베네치아 정부는 대단한 정확성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 관여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교회 활동에 대한 관여였다.


   사랑을 강조하는 교회에는 항상 재물이 모이게 마련인데, 정부는 이 제물이 잘못 사용되면 교회를 부패시킬 뿐 아니라, 성직자의 부패는 곧 사회 부패와 직결되는 것이라 여겨, 교회가 건강한 방법으로 재물을 사용해서 부패의 살빼기 작전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스쿠올라(Scuola)라는 제도였다.

 

   이것은 광범위한 자선 활동을 하는 애덕 단체로서 이들은 베네치아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치유해서 복음적 이상인 사랑이 넘치는 밝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했다.

 

  이 스쿠올라는 페스트 환자들의 수호성인인 로코(S.Rocco) 성인을 수호자로 모신 단체였다. 중세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페스트의 피해가 대단했는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베네치아 인들에게도 페스트에 대한 두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했다.

 

   페스트균이 발견되기 전까지 이 병은 하느님이 죄인을 질책하는 큰 재앙이라는 생각에 속죄와 참회와 자선을 바로 유일한 방법으로 여긴 처지에 페스트 병자들의 수호성인인 로코 성인을 주보로 모신 이 회관은 규모나 미적인 가치에 있어 단연 두드러진 곳 이었다.

 

   이 회관에 이 형제단의 독실한 회원이었던 작가가 그린 작품이 수십점 있으며 그 크기와 화려함에 있어 다른 작가들과 비길 수 없는 탁월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1 Tintoretto crucifixion san rocco 01.jpg

  

   이 장면은 주님께서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극도의 절망과 고통 속에서 구원 사업을 완성하시는 모습이다.인간적으로 볼 때 너무도 처참하고 절망적인 모습이나 작가는 나름대로의 자기 신앙을 강하고 명백히 표현해서 스산스러운 분위기에서도 슬픔과 절망이 아닌 삶의 희망과 승리를 암시하고 있다.

 

   주님은 십자가에 달리신 상태이신데도, 비참한 패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힘 있는 모습이다. 그분의 몸은 희랍의 헤라클레스 신처럼 근육질의 우람한 모습으로서 십자가의 죽음이 결코 인생의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화면 전체가 어둠이 싸인 가운데 기병들과 군인들 사도들이 온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역동적인 생기를 보이고 있다. 어둠이 전체를 깔고 있는 이 작품에서 빛은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얼굴에서 나오고 있다.

 

   주님께서 달리신 십자가에는 십자가와 나란히 사닥다리가 놓여 있다. 비록 십자가에 달린 처지이지만 그분의 얼굴은 고통의 그림자가 없는 힘 있는 모습이기에 다시 살아나셔서 사다리를 통해 지상으로 다시 오시리란 부활의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사진2 Tintoretto crucifixion san rocco 04.jpg

 

  예수님의 오른쪽 대각선 위치에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형을 받은 착한 죄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형리들이 십자가를 세우는 고통스러운 순간에 있다이 죄수는 극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예수님께 악담을 내뱉는 왼쪽 죄수와 달리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라고 참회의 애원을 하자, 주님께서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나와 함께 오늘 낙원에 갈 것이다.”(루카23,43)라고 하시며 그를 하늘나라에 받아 주셨는데, 교회는 이 착한 죄인을 크리스천 회개의 모델로 인정하고 있다.

 

   요즘 자비의 해를 맞아 교회가 강조하고 있는 자비의 하느님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작가는 이 착한 죄수의 고백을 통해 크리스천들이 지녀야 할 태도, 즉 크리스천들은 삶의 모든 순간 항상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해바라기의 삶이어야 하고 주님의 자비에 궁극적인 의탁을 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죄수는 십자가에 달린 고통 가운데서도 시선은 주님을 향하면서 십자가의 큰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 크리스천의 삶은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 매달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시선을 주님께로 향하고 있는 이 죄수는 관람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신앙의 권고를 하고 있다. 가자, 어서 주님께로 돌아가자! 그분은 우리를 잡아 찢으시지만 아물게 해주시고, 우리를 치시지만 싸매 주신다. 이틀이 멀다하고 다시 살려 주시며 사흘이 멀다 하고 다시 일으켜 주시리니, 우리는 그분 안에서 복되게 살리라.”(호세6,1-2)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들은 너무 다양해서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슬프고 비극적인 인상은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 서있는 사람, 십자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 땅을 파는 사람, 재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십자가의 형벌과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화면 전체는 넘치는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작가는 여기에서 십자가 안에 들어 있는 부활의 승리를 암시해서, 관람자들로 하여금 크리스천 신앙의 핵심을 부활 신앙으로 인도코자 했다.

 

   사진 3 Tintoretto crucifixion san rocco 05.jpg

 

  예수님이 달려 계신 십자가 아래 성모님을 위시해서 평소 주님을 따르던 여인들과 사도 요한이 모여 십자가에 달린 주님의 고통을 나누고 있다.

 

  평소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다 도망친 처지이지만 위험을 감내하면서 십자가 아래 모인 이들이야 말로 예수님의 참 제자의 모습이다. 너무도 심한 고통으로 실신 상태인 성모님을 부인들이 지키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도 사도 요한은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바라보고 있다. 십자가에 달린 오른 쪽 죄수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사도 요한도 극심한 고통과 불안의 순간에 주님께 시선을 두고 있다.

 

   주님의 충실한 제자로서 주님을 뒷바라지한 이들에게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나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십자가 사건 안에 들어있는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4 Tintoretto crucifixion san rocco 02.jpg

  

   루카 복음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기 위해 골고타로 끌고 가서 두 명의 죄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을 때 이 일에 가담했던 병졸들이 했던 서글픈 행적을 간단히 전하고 있는데, 바로 주님이 입으셨던 겉옷을 제비뽑아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다.”(루카 23,34)

 

   이 병졸들은 주님의 십자가 죽음이 온 인류의 구원이라는 장엄한 사건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에 조그만 욕심에 빠져 옷을 차지하는데 혈안이 되어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전하고 있다.

 

  사도 요한과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오른편 죄수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같은 십자가 아래에서도 너무도 하찮은 옷을 차지하기 위해 굴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어리석은 병졸의 모습을 통해,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세상 욕심에 끌리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이 작품은 페스트 병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산 로코 스쿠올라에 있는 작품이며 작가는 그리스도 생애의 주요 부분을 그렸는데, 이 작품은 이 회관의 중심인 대연회실에 둠으로서 크기 뿐 아니라 장소에 있어서도 이 회관의 성격을 극명히 증거하는 것이다.

 

   페스트는 당시 유럽 사회 전체를 공포에 빠트린 병이었고,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어떤 인간적인 치료나 희망이 단절된 상태가 되고 보니 자연스럽게 하느님께만 매달리게 되는 절박한 처지였다.

 

   작가는 이런 희망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상태의 사람들에게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감내하신 주님께로 인도하면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자 했다.

 

   이 작품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충격적인 고통의 현장과는 다르게 큰 생명의 활력이 흐르고 있듯이, 페스트 환자들도 절망이나 체념하기 보다는 이 병을 통해 드러나는 주님의 섭리와 안배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얼굴에서 나오는 빛처럼 병고의 비참함으로 꺽일 수 없는 새로운 생명의 사건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용기를 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작가 당시 독일에선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가톨릭교회는 반종교개혁 운동으로 개신교와 맞서 개신교 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해 노력하던 때였다,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비록 베네치아는 신교 때문에 골치를 썩지는 않을 때였지만 작가는 호교적인 신앙 태도를 보이면서 개신교 세력의 확장을 막자는 나름대로의 강한 갈망이 있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은 종교개혁으로 시련 속에 있는 가톨릭교회의 모습으로, 비록 가톨릭교회가 개신교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으나 시원히 걷어차고 부활하리란 희망의 메세지를 전함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고픈 욕구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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